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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S의 살아있는 역사, '퀘이크워즈'의 어제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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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0-05-11 17:53:11

    맛집도 원조를 먼저 찾듯이 게임도 뼈대 있는 시리즈의 후광은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이름만으로도 전세계 게임의 흐름을 바꿀 정도의 유명 시리즈라면 말할 것도 없다. 지난달 30일 오픈 한 퀘이크워즈 온라인은 "전작의 유명세를 이어야 한다는 부담"과 "온라인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는 기대가 맞물려 있다. 게임은 오픈 하자마자 각종 게임순위의 상위권에 올랐고, 포털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이름값만으로도 유명세를 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유명세는 거저 먹은 것이 아니다.


    서든어택, 스페셜포스, 아바 등은 한국 온라인 FPS의 대명사다. 이들은 초기에 모두 단순한 멀티 플레이를 쾌적한 환경으로 제공하면서 국내 게이머에게 각광 받았다. 한국서 FPS의 인기가 높아지자 최근에는 좀 더 수준 높은 명품 FPS들이 속속 등장했다.


    특히 역사 깊은 외산 FPS들이 국내 시장에 문을 두드리고 있는데, 그 중 눈에 띄는 타이틀이 '퀘이크워즈 온라인'이다. 이 게임은 FPS 명가 이드소프트(id소프트)와 스페셜포스로 유명한 드래곤플라이의 공동작품이다. FPS 시장에서 국내외 최고의 메이커가 만났다는 점에서 '퀘이크워즈 온라인'의 파장은 막강하다.


    혹시 '이드소프트'를 들어본 적이 없는가? 그렇다면 '퀘이크' 혹은 '둠' 시리즈는 어떠한가? 두 게임은 FPS 조금 한다 하는 게이머라면 분명 알 것이다. 게임 역사에 관심이 많다면 더더욱 '퀘이크'와 '둠'을 모르기란 어렵다. 이들이 바로 FPS의 창시자 '존 카멕'에 의해 탄생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존 카멕, FPS의 아버지

     

    ▲ FPS의 아버지 '존 카멕'


    '퀘이크워즈'를 이야기하려면 FPS의 창시자 '존 카멕'을 빼놓을 수 없다. 존 카멕은 컴퓨터 게임계의 슈퍼 천재로 통하는 프로그래머다. 그의 인생자체가 FPS의 역사와 같다. 그의 첫 작품은 '커맨더 킨'이라는 횡스크롤 PC게임이다. 슈퍼마리오 못지 않은 쾌적한 게임 플레이를 PC에 구현한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커맨더 킨'은 독특한 판매 방식으로도 많은 이슈를 몰았다.


    당시만 하더라도 미국의 게임 시장은 거대 유통사가 쥐고 흔드는 구조여서, 소규모 패키지 게임은 빛을 보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존 카멕은 '커맨더 킨'의 1스테이지를 무료로 배포하여 사람들에게 알린 후, 게임을 더 하고 싶어하는 게이머들에게 돈을 받고 인터넷, 우편 등으로 게임의 풀 버전을 발송하는 방식으로 판매했다.


    천재적인 개발력과 탁월한 감각을 소유한 존 카멕은 드디어 FPS의 첫 페이지를 장식한 게임을 만든다. 그것이 바로 '울펜슈타인 3D'다. 1992년 도스로 개발된 '울펜슈타인 3D'는 사실 완벽한 3D를 구현했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1인칭 시점 제공으로 3D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게임플레이도 수려하다. 미션을 제공하고 미션 클리어 후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방식은 어찌 보면 현재 출시되는 각종 FPS들과 다를 바 없다. '울펜슈타인 3D'로 어느 정도 FPS 장르를 확립시킨 존 카멕은 바로 신작 개발에 착수한다. 게임사에 길이 남는 '둠'의 역사가 시작됐다.

     

    ▲ 울펜슈타인 3D
     

    ▲ 둠


    '둠'은 1인칭 시점의 장점을 최대로 살려 게이머들에게 처음 느껴보는 긴장감을 선사했다. 기술적으로는 3D 엔진의 발전, 네트워크 플레이 기반을 마련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이렇듯 존 카멕은 FPS의 창시자이면서 게임 산업의 기술적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뿐만이 아니다. 존 카멕은 천재이면서 동시에 공유 정신을 외치는 해커이기도 했다. 이러한 마인드를 증명이라도 하듯 그는 자신이 여태까지 개발했던 게임의 소스를 왕창 공개해버리는 파격적인 일을 저지르고 만다.


    프로그래머들의 진정한 영웅 '존 카멕'
    존 카멕의 소스 공개는 게임 업계에 엄청난 충격이었다. 이와 동시에 게임개발자를 꿈꾸던 프로그래머들에게는 거의 기념일과도 같은 날이었다. 특히 당시에 공부하기 어려웠던 3D 프로그래밍을 많은 프로그래머들이 존 카멕의 소스로 익히기 시작했고, 존 카멕은 프로그래머들로부터 존경의 대상에서 영웅으로 등극했다.


    이러한 존 카멕의 공유 활동은 현재에도 계속된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엔진들을 절대 특허로 등록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어느 순간부터 미국의 게임 업계는 특정 개발사의 독점적 특허 등록이 활발히 진행되지 않고 있다.


    존 카멕의 자선적(?) 활동이 계속되는 가운데, FPS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 벌어진다. 바로 '퀘이크'의 등장이다. 둠은 2D와 3D를 적절히 조화시켜 3D 분위기를 내었다면, '퀘이크'는 철저히 3D 엔진을 통해 게임을 구현했다. 또, 네트워크를 통해 멀티플레이를 가능케 했다. 인터넷에서 함께 대결하는 온라인 FPS의 원류가 '퀘이크'다.


    후속작 '퀘이크2'는 영화와 같은 오프닝으로 화제를 모았다. 영화 '에일리언'처럼 미지의 적이 숨어 있는 행성에 착륙해 생존을 건 사투를 펼친다는 스토리는 그 자체만으로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이때부터 언리얼, 하프라이프 등 명품 FPS들이 줄줄이 출시되면서 시장의 변화를 주도했다.


    시리즈 3편인 '퀘이크3'는 또 한번의 파격이다. 특별한 스토리 없이 게임 속에 아레나를 만들어 서로 대결하는 구도를 형성했다. 여기에 깃발 뺏기 등 다양한 대전모드를 추가해 온라인 FPS 시대를 앞당겼다.

     

    ▲ 퀘이크2


    앞서 설명했다시피 존 카멕은 정보 공유를 지향하는 프로그래머다. 이는 아무리 명성이 높아지더라도 계속돼 왔고, '퀘이크' 역시 소스를 공개했다. 이런 과정에서 몇몇 특정 개발사들은 퀘이크 소스를 활용해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여 게이머들에게 판매하려 했다. 존 카멕은 이러한 시장 분위기를 발판 삼아 자신의 엔진을 활용해 상용 게임을 개발하려는 이들에게 로열티를 받기 시작했다. 게임엔진 판매 시장이 열린 것이다.


    존 카멕의 프로그래머로서의 행보가 위와 같은 활동들로 큰 각광을 받게 되자 하드웨어 업체까지 그의 영향을 받기 시작한다. 그 예로 부두(VoodDoo)사의 폐업 사건을 들 수 있다. 부두사는 3D 그래픽 업계의 선두주자였다. 그러나 존 카멕이 부두사의 그래픽카드에서 지원하는 '글라이드 모드' 3D 기술의 사용환경이 어렵다고 폭탄 발언을 하게 된다.


    이 후 게이머들은 존 카멕이 지원하는 '엔비디아'(Nvidia)사의 그래픽카드를 선호하게 되고, 결국 부두사는 재정적 문제를 껴 안은 채 엔비디아에 흡수되고 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현재까지도 많은 3D 하드웨어 업체들은 존 카멕에게 끊임없이 지원 요청을 하게 된다.


    이렇듯 존 카멕은 이미 게임 업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거물 중의 거물이 되어 버렸고, 그의 작품 '퀘이크' 시리즈는 이제 FPS 게이머들에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퀘이크'의 인기가 지속되자 이드소프트는 협력사 '스플래시 대미지'와 함께 손을 잡고 FPS와 전략의 접목이라는 새로운 퀘이크를 준비했다.

     

    ▲ 퀘이크3


    퀘이크 + 전략 = 퀘이크워즈 온라인
    '퀘이크워즈'는 이드소프트의 야심작으로, 기존 '둠'이나 '퀘이크'에서 보여줬던 것과 달리 FPS에 전략적 요소를 부여했다. 우선 전작에 등장했던 유니크 한 외계 종족 '스트로크' 설정을 그대로 가져왔고, GDF라는 지구 방위군을 등장시켜 대립구조를 형성했다.


    하지만 두 진영이 대립한다고만 해서 전략적 요소가 되는 것은 아니다. '퀘이크워즈'는 좀 더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를 위해 종족 별 특성에 맞추어 클래스를 구분했다. 뿐만 아니라 탈 것 등도 다양하게 등장해 집단전투의 재미를 살렸다.


    그러나 위 내용만으로는 '퀘이크워즈'가 단순히 특별한 게임이라고 할 수 없다. 게임의 진정한 재미는 탄탄한 멀티플레이 기획력에 존재한다.


    '퀘이크워즈'에서 게임을 진행하게 되면 게이머는 여러 미션을 진행하게 된다. 따라서 무작정 상대방이 보이면 총을 쏴서 '킬'하는 단순무식 게임이 아니라, 목적성을 부여하고 목적에 맞춰 움직이며 전략을 구사하는 FPS라고 보면 된다.


    이런 임무 활동이 가능하게 된 것은 아마 이드소프트가 수년간 쌓아온 '퀘이크'시리즈의 세계관 덕일 것이다. '퀘이크 워즈'에 등장하는 스트로그 종족은 외계 생명체이다. 이들은 끊임없이 지구 침략을 노리고 있고, 인간을 개조하여 자신들의 군대로 사용한다.


    이런 과정에서 지구인 GDF 종족은 스트로그가 사용하는 인간개조 공장 폭발 임무를 맡거나 이들의 침략 활동을 방해하는 등의 미션을 수행한다. 반대로 스트로그는 자신들의 목적 달성에 방해되는 GDF들을 저지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러한 과정들이 '퀘이크워즈'의 미션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드래곤플라이의 '퀘이크워즈 온라인' 역시 이 같은 내용들을 계승했다. 오히려 한국 유저들의 입맛에 맞게 다시 개발되어 온라인에 최적화된 퀘이크를 만들어냈다. '퀘이크워즈 온라인'은 퀘이크의 골격은 유지하면서 온라인게임만의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여기엔 해외 최신기술과 국내 최고 기술이 만나 그 시너지를 더한다. 이를 필두로 다양한 해외 개발사들이 국내 온라인 기술력에 대한 찬사를 보내지 않을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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