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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스타크2 리그, 초심으로 돌아가라!


  • 이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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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0-04-13 17:51:32

     

    "어? 게임 튕겼는데…, 다시하죠"

     

    용산의 한 PC방. 20평 남짓한 공간이 게이머들로 가득 찼다. 스타크래프트2 결승전 경기가 한창이다. 갑자기 한 선수가 해드셋을 벗으며 양해를 구했다. 게임이 다운됐단다. 경기가 잠시 중단됐다. 테스트 버전이라 간혹 이런 일이 벌어지곤 한다. 상대선수는 아쉬운 듯 “다 잡아 놓은 경기 놓쳤다”며 볼멘소리다. 말은 그렇지만 표정은 밝다. 간단한 점검 후 경기가 재개됐다.

     

    선수들의 수 싸움에 분위기는 다시 진지해 진다. 결승전은 5판 3승제, 저그 대 저그의 경기가 제법 치열하다. 늘어나는 유닛만큼 선수들의 손도 바빠진다. 5시간에 걸친 경기 끝에 최종 우승자가 가려졌다. 주위에서 박수소리가 요란하다. 선수들의 표정엔 승패의 희비보다 ‘게임 한판 재밌게 했다’는 만족감이 앞선다. 이긴 사람이나 진 사람이나 아쉬움 같은 건 없다. 오랜만에 ‘쿨’한 승부를 봤다.

     

    지난 10일 PGR21 스타크래프트2 토너먼트 대회가 열렸다. 인텔코어존 팝콘PC에서 개최된 이 작은 행사는 국내에서 열린 스타크래프트2 첫 오프라인 대회다.  나름 의미 있는 대회 치고는 의외로 소박하다. 결승에서 우승한 김원기 선수는 “커뮤니티 사람들 끼리 만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 재미있다”며 “앞으로도 이런 소규모 오프라인 대회가 활성화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순수한 소통의 공간을 보며 요즘 스타리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최근 스타리그는 흉흉한 소리들이 끊이질 않는다. 불법 베팅사이트의 브로커들이 프로게이머들과 접촉해 승부조작을 하는가 하면, 스타2 저작권을 둘러싼 협회와 블리자드들의 갈등은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

     

    게임은 출시도 안됐는데 벌써부터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켰다. 스타리그는 거대한 판돈이 오가는 배팅 경기로 변질 되는 듯 하다. 이렇다보니 승부에만 집착한 살풍경도 심심찮게 나온다. 초심을 잃은 스타리그엔 금전과 이권다툼이 난무한다. 씁쓸한 장면들이다.

     

    10년 전, 대중의 관심도, 거창한 스폰서도, 대형 구단도 없는 척박한 환경에서 스타리그는 자생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전국 PC방을 중심으로 스타대회가 우후죽순 열렸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끼리 함께 즐기고자 하는 목적에서다. 이렇게 열린 대회들이 모여 e스포츠란 거대한 산업을 만들었다. 아마추어들의 관심과 열정이 프로게이머 시대를 열었다. 스타를 국민게임으로 만든 원동력 또한 그들의 열정이다.

     

    새로 시작하는 스타2 리그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작은 대회부터 시작해 스타2만의 색깔을 차근차근 채워야 한다. 새로운 재미, 새로운 감동, 새로운 승부를 보여줘야 한다. 자발적인 열정으로 시작한 풀뿌리 대회가 많을 수록 스타2 리그는 풍성해 질 것이다.

     

    열정을 지키는 건 블리자드와 관련업계의 화해와 노력에 달렸다. 그런 점에서 PRG21 대회는 스타리그의 '초심'을 보여준 의미 있는 경험이다. 인텔이나 블리자드 같은 큰 업체들이 소규모 스타2 대회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새로 바뀐 배틀넷도 풀뿌리 대회를 키우는 요람으로 기대할만 하다.

     










    베타뉴스 이덕규 (pres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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