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설

[기자수첩] 아이폰 출시 앞둔 시점, 애플 A/S 이대로 좋은가?


  • 최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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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09-07-13 20:33:49

    재확인된 애플의 ‘복지부동’ 서비스 정책, 그 답은? {P} {/P}

    지난 달 중순, 애플이 아이폰 3G의 후속제품 아이폰 3GS를 새롭게 출시한 이후 국내 온라인 게시판들도 아이폰 관련 소식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도 그럴 것이, 신형 아이폰 출시와 맞물려 국내에도 아이폰이 정식 출시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

     

    비록 애플의 출시 국가 리스트에서는 우리나라가 빠져있긴 했지만, 이전에 아이폰 도입을 시도한 바 있던 KT가 다시 한 번 애플과 협상을 시작했다는 소식은 ‘애플 마니아’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온갖 루머와 억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현재 상황은 ‘출시는 결정됐으나 가격과 요금 등 세부 사항에서 협의 중’으로 대충 굳어진 상태다.

     

    하지만 애플의 아이폰 출시를 마냥 반갑게만 바라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어디 하나 까다롭지 않은 데가 없는 대한민국 사용자들이 하나같이 지적하고 있는 애플의 사후 서비스 정책(A/S) 때문이다.

     

    ◇ 보다 못해 끼어든 정부의 입김, 하지만... = 최근 아이폰 출시 관련 소식과는 별개로 애플, 아니 애플코리아의 이름은 또 한 번 구설수에 올랐다. 그 핵심 주제는 역시나 ‘변함없는’ 애플코리아의 소극적이고 수동적이며 융통성 없는 서비스 정책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작년 말부터 국내는 물론 해외서도 계속 보고된 아이팟 나노 1세대의 배터리 과열 및 폭발 사고로 인해 국내 사용자들의 불안과 불만은 계속 증폭됐다. 하지만 애플코리아가 그와 관련해 별 이렇다한 움직임이 없자 마침내 지식경제부 산하 기술표준원이 지난 7일, ‘적극적인 리콜 권고’ 공문을 애플코리아에 전달하는 유래 없는 강수를 둔 것.

     

    일종의 중재 기관인 소비자보호원이 아닌, 행정부처 직속 기관이 ‘리콜’을 권고했다는 점으로 인해 이 일은 일반 네티즌들은 물론, 관련 업계와 해외 외신들까지 관심을 보일 정도로 이슈화됐으며, 그 결과가 어떻게 날 것인지에 대한 기대도 컸다. 그리고 이틀 후 9일 기술표준원은 애플 측의 답변을 인용해 ‘리콜 권고를 수용했다’라는 내용의 발표를 언론을 통해 공개하기에 이르렀으며, 많은 이들이 환영의 뜻을 표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기술표준원의 발표는 말 그대로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다. 애플코리아가 기술표준원의 발표와 상반되는 ‘리콜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성명을 낸 것. 이를 통해 애플 측의 의사를 지레짐작해버린 꼴이 된 기술표준원은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어찌됐든 따지고 봤을 때 ‘복지부동·무관심’이라는 원점으로 돌아간 애플코리아의 A/S 정책은 또 한 번 논란의 불씨를 남기게 됐다. 애플의 A/S가 문제가 되는 것은, 이번 배터리 사고의 경우처럼 회사가 직접 나설 필요가 있는 경우에도 나서지 않고, 오로지 문제를 직접 제기한 소비자 개개인만 1:1로 서비스를 해주는 폐쇄적이고 수동적인 형태만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애플 본사의 글로벌 정책에 따른 방침이라고는 하나, 도대체 융통성이 하나도 없는 꽉 막히고 답답한 애플코리아의 행보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옛말에도 있지 않은가? 로마에 갔으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말이다.

     

    ◇ 더 늦기 전애 애플의 태도 변화가 필요 = 사실 애플코리아가 A/S 정책으로 도마위에 오른 것은 벌써 한 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그런 모습이 더욱 밉게 보이는 이유는, 다름 아닌 현재의 상황이 아이폰 국내 출시를 앞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인기 제품이라고는 하나, 여전히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사용되고 있는 아이팟 터치와는 달리, 아이폰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일상화가 되어 있는 ‘휴대폰’으로서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당연 그 사용자는 아이팟 터치 사용자보다 많았으면 많았지, 적을 것이라 생각되지는 않는다.

     

    사용자가 늘어나는 만큼, 아무리 제품이 좋다고 할지라도 A/S 수요 또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밀려드는 한국 소비자들의 다양하고 까탈스러운 A/S 요구에 애플코리아가 어떻게 대처해나갈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벌써부터 불안하기 짝이 없다.

     

    또 하나 걱정은, 말 그대로 ‘물을 먹은’ 정부가 이대로 백기를 들고 물러날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일전의 ‘유튜브 사건’때도 정부는 끝까지 유튜브를 서비스하는 구글 코리아에 ‘족쇄’를 채우고자 했다. 하지만 유튜브 자체가 물리적인 제제를 가하기 힘든 무형의 서비스인 만큼 별 수가 없던 정부도 일단 물러 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애플은 다르다. 이미 정식으로 유형의 제품들을 직접 판매하고 수익을 거두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정부가 작정하고 강압적인 수단을 동원하면 애플은 순식간에 코너로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관적인 서비스와 나름대로의 ‘전통’을 지켜나간다는 의미에서 ‘본사 방침 고수’는 적절한 판단일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융통성 없는 고집피우기가 아닌, 해당 지역 특성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오픈 마인드(Open mind)’다.

     

    이미 휴대폰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삼성이나 LG의 성공 요인 중 하나가 변화에 둔감한 해외 업체들과 달리 상황에 맞게 늘 변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임을 무시할 수 없다. 애플코리아, 아니 애플도 진정 자존심이 있는 기업이라면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대인배 다운 풍모-지역 상황에 맞출 수 있는 융통성-를 보이는 것이 옳다고 본다.




    베타뉴스 최용석 (rpch@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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