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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IT 유통시장 ‘온라인 맑음, 오프라인 흐림’


  • 최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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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09-06-29 19:02:50

    휴가철 앞둔 비수기에 시도때도 없는 폭염·폭우까지 겹쳐 오프라인은 울상

     

    2009년의 절반이 흐른 6월의 시작과 함께 본격적인 여름철이 다가오고 있다. 벌써부터 학생들은 여름 방학을, 직장인들은 여름 휴가철을 준비하느라 한창 분주한 시기다.


    사실 여름 시즌은 IT 업계에 있어서는 대표적인 비수기 중 하나다. 방학 및 휴가 준비를 우선시 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가전제품에 대한 신규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


    최근에는 분야를 불문하고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마켓이 활성화되면서 오프라인 시장은 상대적으로 위축됐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리는 실정이다.


    거기에 미국발 금융위기로 시작된 장기적인 불황의 여파도 오프라인 마켓을 얼어붙게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본격적인 여름철과 휴가철을 맞은 이 때, 용산과 강변, 신도림 등 서울 각 지역의 주요 오프라인 IT 마켓들의 분위기는 비수기와 겹쳐 썰렁하기 그지없는 풍경이다.


    ◇오프라인에 비해 극명하게 우위를 갖는 온라인 마켓 = 날씨는 뜨거운 햇볕이 쨍쨍 내려쬐며 본격적인 한 여름 분위기를 내고 있지만, 주요 오프라인 마켓 매장들의 분위기는 여전히 한 겨울 엄동설한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넓은 공간에 여러 업체들이 입주해 있고 다양한 제품들이 전시돼 있지만, 실제로 매장 관계자들을 제외하고 오고가는 손님들의 수는 한 손을 꼽을 정도다 보니 분위기가 썰렁할 수밖에 없었던 것. 이는 용산 뿐만 아니라 서울 각 지역 IT전문 상가라면 어디든지 볼 수 있는 비슷한 광경이다.


    오프라인 마켓이 이런 분위기가 된 것에는 대부분의 상가 관계자들이 ‘온라인 마켓의 활성화’를 이유로 들었다. 온라인 마켓만이 가지는 장점이 오프라인의 그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만큼 상당수의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쇼핑에서 온라인 쇼핑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 못지않게 인터넷 인프라가 빠르게 확충되고, 이제는 사고 팔 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이 온라인상에서 구매 가능하게 됐다.


    또 꼭 제품을 보지 않고서도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통해 제품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며, 매장 직원이 아닌 제 3자의 객관적인 시점에 기인한 조언이나 정보 등을 어렵지 않게 검색해 확인할 수 있는 등 ‘더욱 똑똑하고 합리적인 소비’가 가능해졌다.


    특히 일부러 매장까지 나갈 필요가 없이 집에서 마우스 클릭 몇 번 만으로 원하는 제품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편리함’이 강조되면서 오프라인에 비해 온라인 마켓은 갈수록 활성화되고 있다는 것.


    온라인 마켓의 활성화로 인해 IT 오프라인 마켓에서 가장 직격탄을 맞은 분야는 다름 아닌 PC 관련 분야. PC 관련 제품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디자인이나 컬러 등 외형적인 특징보다는 기능이나 성능 등 제품의 본질적인 부분의 비중이 더욱 큰 제품들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PC를 구성하는 핵심 부품들인 CPU나 그래픽카드, HDD, 메모리, 메인보드 등은 출처와 제품의 성능 및 사양만 확실하다면 꼭 제품을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품목이다. 한 대의 PC를 구성하게 되면 케이스 안에 장착돼 보이지 않게 되는 만큼 외형적인 면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조립 PC를 구성하거나 업그레이드를 계획하고 있다 하더라도 꼭 오프라인으로 나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고생하면서 발품을 팔 필요가 없이 가격 비교 검색을 통해 같은 제품이라도 더 싼 곳을 찾아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구매하면 끝이다.


    다른 IT 분야도 온라인 마켓 활성화로 인해 타격을 입은 것은 마찬가지다. 비어있는 공실 매장의 수는 PC시장이나 일반 가전 시장이나 피차일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가전 시장을 포함한 비 PC 마켓의 상황은 PC분야만큼 치명적은 아니다. 일반 가전제품의 경우는 기능적인 면도 중요하게 여겨지지만, 인테리어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외형적인 요소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단순 IT 기기를 넘어 하나의 디지털 액세서리로 자리매김한 휴대폰과 노트북 같은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러한 연유로 실제 구매를 온라인상에서 하게 되더라도 실제 제품을 ‘보기’ 위한 손님들의 발걸음은 수는 줄었어도 완전히 끊기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주요 IT상가들을 둘러본 결과, 가전 매장과 휴대폰, 노트북 매장을 찾는 손님들의 수는 많지는 않지만 꾸준한 반면, 일반 컴퓨터 관련 매장은 ‘PC 시장의 메카’와 다름없는 용산을 제외하고는 그야말로 썰렁함 그 자체였다.

     


    ◇ 갈수록 무더워지는 여름날씨도 소비자들 발목 붙잡아 = 한편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의 여름 평균 기온은 갈수록 오르고 있다. 햇볓이 쨍쨍 내리쬐는 한 낮에 거리를 조금만 돌아다녀도 땀은 비 오듯 흐르고, 몸은 더위에 쉬 지치고 만다.


    마찬가지로 온난화의 영향으로 장마철에만 집중적으로 오던 비가 이제는 여름 내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경우도 잦아졌다. 오전에는 맑았다가도 오후에 갑자기 흐려지며 비가 쏟아지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이제 흔할 정도.


    그 어느 쪽이 됐든 소비자들이 여름철 외출을 더욱 꺼리게 될 것은 분명하다. 특히 온라인에서 쉽게 살 수 있는 것을 일부러 시간을 투자해 땀만 빼거나 비를 맞아가면서 오프라인 상가를 찾아 구매할 가능성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그 여파는 주요 오프라인 IT상가들에 걸쳐서 눈에 띌 정도로 드러나고 있다.


    한 상가 매장 관계자는 “날씨가 너무 맑아 더운 날의 경우 낮 손님은 거의 없고, 아침부터 비라도 오는 날이면 그날 내내 손님 구경 자체가 쉽지 않다”며, “대신 그런 날은 온라인 주문이 평소보다 더 늘어나기 때문에 안오는 손님을 기다리기 보다는 택배 물건들부터 챙기고 일찌감치 그날 장사를 정리해버린다”고 귀띔했다.


    비수기와 휴가철, 온라인 마켓의 활성화로 인한 시장 위축에 이어 이제는 자연 환경적인 요소까지 겹쳐진 지금, 오프라인 마켓에 불어 닥친 ‘추운 겨울’은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전망된다.


    베타뉴스 최용석 (rpch@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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