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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주민등록등본 출력 ‘프린터 차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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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2 18:08:51 / 방일도 기자
(idroom@betanews.net)

급하게 주민등록등본이 필요해진 김씨. 도무지 동사무소에 갈 짬이 나질 않아 초조해 하던 차에 우연히 인터넷을 통해 주민등록등본을, 그것도 공짜로 뽑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PC를 다루는 것이 익숙하진 않지만 그래도 인내심을 가지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갔다. 전자민원서비스(G4C)에 접속해 공인인증서 로그인 후 난관을 순조롭게 헤쳐나가던 김씨, 이제 모든 과정이 끝나고 인쇄만 남았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던 김씨가 잠시 후 머리칼을 쥐어뜯다가 결국 동사무소로 달려가게 될 줄 대체 누가 알았을까.

 

알아보니 이 프린터로는 출력을 할 수 없단다. 지금까지 멀쩡히 잘 써 오던 제품인데도 말이다. 혹시나 해서 다른 문서를 뽑아 보니 잘만 나온다. 아니, 프린터도 정상인데 인쇄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 통 이해가 되질 않는다.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인터넷 주민등록등본 출력 ‘프린터 차별한다’

전자민원G4C 사이트 메인 화면. 인터넷으로 각종 증명서를 발급·열람·신청할 수 있다.

 

◇ 안방에서 손쉽게 인터넷으로 등본 떼는 시대 = 요즘엔 직접 해당 기관을 찾아가지 않고도 인터넷을 통해 각종 증명서를 발급 받을 수 있다. 행정자치부가 구축한 전자 민원 서비스 G4C(www.g4c.go.kr) 덕분이다.

 

G4C는 Government for Citizen의 약자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시민을 위한 정부란 뜻이다. 전자 민원 서비스 G4C는 그 이름에 걸맞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PC만 있으면 다양한 민원 신청, 민원 열람을 비롯해 각종 민원 서류에 대한 인터넷 발급까지 손쉽게 해치운다.

 

편리한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은 비단 전자 민원 G4C 뿐만이 아니다. 은행권 등에서도 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굳이 은행에 가지 않아도 연말 정산 서류, 납입 증명서, 원천징수 영수증, 통장 사본 등의 문서를 간편하게 출력할 수 있다.

 

이러한 인터넷 민원 서비스를 이용하면 언제든지 빠르게 원하는 증빙 서류를 출력할 수 있어 편리하다. 이것만 알면 올해 연말 정산 서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 야기되는 위·변조 문제, 보안 기술로 해결 = 참 좋은 세상이다. 앉은 자리에서 필요한 증빙 서류를 바로 출력할 수 있으니 말이다. 왔다 갔다 할 필요도 없고 기다리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차비도 들지 않는다. 발급 수수료도 싸다. 심지어 공짜인 경우도 있다. 필요한 것은 PC와 공인인증서, 그리고 프린터 뿐이다.

 

인터넷을 통한 증빙 서류 출력이 편리한 것은 분명하지만 이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점도 있다. 바로 위·변조 문제다. 누구나 손쉽게 증빙 서류를 뽑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문서에 손을 대기도 쉬워졌다는 소리다. 실제로 인터넷 민원 서류에 대한 위·변조 위험성이 제기되어 2005년 9월 두 달간 인터넷 민원 서류 발급 서비스가 중단된 일도 있다.

 

이러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인터넷 증빙 서류는 암호화 코드를 쓰고 복사 방지 마크를 넣는 등 위·변조 방지 장치를 갖추고 있다. PC에서 문서를 처리할 때 암호화 함으로써 노출을 방지하고 보안을 위해 프린터 스풀 기능을 제한하고 출력물에 워터마크, 복사 방지 코드, 2차원 바코드를 넣는다.

 

◇ 인터넷 민원 서비스, 보안에 발목 잡힌 프린터 = 편리함이 독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인터넷을 통한 증빙 서류 출력에는 그에 걸맞는 충분한 보안 장치가 필요하다. 이러한 보안 장치가 선행되지 않고서는 전자 민원 서비스가 성립되지 않는다.

 

바로 여기에서 문제가 생긴다. 인터넷 민원 발급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이를 지원하는 프린터를 써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야 법적 효력이 있는 민원 서류의 출력을 할 수 있다. 쓰고 있는 프린터가 이를 지원하지 않는다면 아쉽지만 해당 발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누구나 손쉽게 인터넷 증명서를 집에서 출력할 수 있도록 만든 인터넷 민원 서비스임에도 프린터가 이를 지원하지 않아 이용할 수 없다니, 정말이지 모순된 일이 아닐 수 없다.

 

인터넷 주민등록등본 출력 ‘프린터 차별한다’
프린터가 지원 목록에 없으면 인터넷 민원 발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 인터넷 민원에 대한 프린터 지원, 그 현주소는? = 그렇다면 현재 인터넷 민원 출력에 대한 프린터 지원 수준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2009년 6월 현재 G4C가 지원하는 프린터는 모두 2437종이다. 숫자만 보면 꽤 많은 것 같지만 막상 따져 보면 작동하지 않는 프린터도 적지 않은 편이다. 윈도우 비스타 환경은 더 열악하다. 공식적으로 지원을 보장하는 제품이 610종에 불과하다.

 

이는 어디까지나 전자 민원 G4C에 한정된 얘기다. 인터넷 증빙 서류 출력 서비스를 갖춘 곳이라도 다른 보안 서비스를 쓰고 있다면 지원 프린터 또한 달라진다. 참고로 국민은행의 경우 4156종의 프린터가 인터넷 증명서 출력을 지원한다. 어느 한 곳에서 전자 민원 출력이 된다고 해서 다른 곳에서도 가능하다는 보장은 없다.

 

물론 지금은 프린터 지원 목록이 과거에 비해 꽤 늘어 불편함이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일부 업체의 제품은 여전히 주력 판매 제품 위주로만 지원 목록에 등록되어 있는 등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다.

 

일정 수준의 출력 해상도에 미달되는 제품이 아니고서야 인터넷 증빙 서류 출력이 기술적으로 문제될 일은 많지 않다. 단지 해당 프린터의 이름이 지원 목록에 등록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불이익을 받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다. 이는 지금 현재는 물론이요 앞으로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는 문제다.

 

◇ 꾸준한 프린터 지원 목록 갱신 필요 = 우리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프린터 성능을 따져 가며 사는 것도 모자라 전자 민원 출력 지원 여부까지 확인하며 제품을 사야 하는 것일까.

 

온라인 증빙 서류 발급 지원에 대한 내용은 제품 패키지 어디를 뒤져도 나오지 않는다. 가격 비교 사이트 등 온라인 제품 판매 정보에 나온 전자정부 지원 여부 표기도 정확하지 않다. 기왕이면 이러한 내용을 잘 알아보고 사면 좋겠지만 일반 사용자가 이를 제대로 알고 제품을 구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나하나 해당 사이트 프린터 지원 목록을 확인하지 않는 이상 모르고 제품을 살 수 밖에 없는 것이 당연한데도 불이익을 받는 것은 정말이지 억울한 일이다. 지원 목록에 없을 경우 프린터 추가 요청을 하면 테스트 후 등록한다고는 하지만 이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지금 당장 증빙 서류를 떼어야 하는 마당에 언제 될 지도 모르는 프린터 추가 요청을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편리한 인터넷 민원 서비스를 고작 프린터 지원 목록 한 줄 때문에 쓸 수 없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기회 비용의 손실이다. 보안 기술을 도입해 프린터 사용에 제약을 둔 이상 인터넷 증빙 서류 출력 서비스를 하는 곳은 꾸준히 프린터 지원 목록을 갱신할 의무가 있다.

 

프린터 제조 업체 역시 책임이 크다. 적어도 국내에 제품을 유통하는 이상 꾸준히 자사 제품 지원 여부를 확인하고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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