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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전문 상가 용산을 바꾸는 ‘넷북의 힘’


  • 최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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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09-06-12 09:48:53

     

    변하는 컴퓨터 유통 시장에 넷북만의 ‘색깔’ 묻어나

     

    작년 여름, 인텔의 아톰(Atom) 프로세서를 달고 등장한 저가형 미니노트북, 통칭 넷북(netbook)은 소비자들의 높은 반응과 함께 일대 돌풍을 일으키며 침체분위기에 빠진 전 세계 PC시장의 구세주로 떠올랐다.


    작은 크기로 우수한 이동성을 제공하면서 기본적인 인터넷서핑, 사무업무는 물론 간단한 멀티미디어 기능에 충분한 성능을 갖춘 넷북은 저렴한 가격까지 힘입어 서브 PC를 필요로 했던 이들에게 최적의 선택이 됐던 것.


    특히 작년 하반기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경기 침체 속에서도 넷북만큼은 승승장구를 거듭하며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가 PC분야에서의 하나의 완성된 카테고리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해외 시장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넷북이 등장한지도 벌써 1년. 넷북은 이제 찻잔 속의 폭풍을 넘어 PC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로 성장했다. 데스크톱과 노트북 일색이던 PC 관련 산업을 넷북만의 색깔로 물들이고 있다.

     

    이미 온라인에서는 수없이 많은 넷북 관련 커뮤니티들이 형성돼 최신 정보를 교환하고 있으며, 오픈마켓을 통해 다양한 브랜드의 넷북 제품들이 활발하게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그런 넷북의 힘은 이제 용산 전자상가에까지 미치기 시작했다.


    ◇ 넷북, 용산의 모습을 바꾼다 = 최근 용산 전자상가를 거닐다 보면 흥미로운 광경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휴대폰 전문 매장·상가에서나 볼만한 KT나 SK 등 이동통신회사의 로고를 컴퓨터 전문 매장·상가에서도 쉽게 볼 수 있게 된 것.


    휴대폰 전문 매장이 컴퓨터 상가에 진출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분명 전시된 상품은 최신 휴대폰이 아닌,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노트북 PC다. 정확히 말하면 그중 넷북이 70~80%를 차지한다.


    이통사 로고를 컴퓨터 전문 상가에서 볼 수 있게 된 이유는 각 이통사들이 제공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무선 인터넷 서비스 때문. SK의 ‘T로그인’이나 KT의 ‘와이브로’로 대표되는 무선 인터넷 서비스는 가정이나 사무실, 지정된 장소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무선 랜(Wi-Fi)과 달리 언제 어디서나 자유로운 인터넷 환경 구현이 가능한 것이 장점.그런 장점이 이동성이 극대화된 넷북과 만나면서 눈부신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는 것.


    업계 자료에 따르면 KT 와이브로의 경우 상용 서비스 개시 이후 가입자 수 증가가 지지부진했지만, 넷북이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것과 때를 맞춰 가입자 수가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에는 주요 넷북 제조·유통사들과 협력을 통해 다양한 넷북+와이브로 결합상품을 선보이면서 적잖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SK가 제공하는 HSDPA기반 T로그인도 지방과 같이 와이브로가 힘을 쓰지 못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가입자 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하지만 그동안 일부 결합상품을 제외하고는 노트북·넷북 사용자들은 무선 인터넷서비스를 따로 신청해야 했었다. 무선 인터넷 상품은 PC 판매점이 아닌, 이통사 대리점에서 주로 취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컴퓨터 전문 상가의 노트북·넷북 전문 매장에 KT와 SK등의 로고가 등장하게 된 배경은 한 명이라도 더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이통사들이 노트북·넷북 유통 매장들과 손을 잡은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한 노트북 매장 관계자는 “집에서 놓고 사용하는 데스크톱과는 달리, 노트북이나 넷북은 여전히 직접 실물을 보고 확인해보려는 소비자들이 많다”라며 “특히 최근 노트북 및 넷북 구매자들은 무선 인터넷도 같이 신청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아예 한 매장에서 제품을 구매하면서 무선 인터넷 서비스도 함께 가입할 수 있는 원스톱(one-stop) 매장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 판매점뿐만 아니라 주변기기 시장에까지 영향 = 넷북의 영향은 비단 전문 매장의 분위기만 바꾸지 않았다. 노트북·넷북을 사용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함께 따라오는 주변기기 시장도 그 분위기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


    특히 기존의 노트북에 비해 사양과 성능이 처지는 넷북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기능성 주변기기 시장이 이전에 비해 활성화된 것을 볼 수 있다. 조사 결과 무선 마우스와 외장형 ODD 및 외장형 HDD, USB 메모리 등이 넷북 시장 활성화의 영향을 적잖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일부 넷북 마니아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SSD에 대한 수요와 공급 역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으로는 넷북을 이용하는 여성 사용자가 늘고, 패션 IT 아이템중 하나가 되면서 액세서리 시장도 넷북을 중심으로 변해가고 있다.


    한 노트북 주변기기 매장 관계자는 “노트북만 취급할 때와 달리 넷북이 보급되면서 매장을 찾는 남성 손님은 물론, 여성 손님도 상당히 늘었다”라며 “남성 손님들이 액정 보호필름이나 키스킨 등 기능적인 액세서리를 주로 찾는다면, 여성 손님들은 외관을 멋지게 꾸밀 수 있는 데코레이션 스킨(skin)이나 전용 파우치, 가방 등에 관심을 갖는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매장에 비치된 노트북용 가방이나 파우치들은 투박하고 기능적인 면을 강조한 제품이 주류를 이룬 반면, 넷북용 가방 및 파우치들은 훨씬 산뜻한 색상과 깜찍한 디자인을 갖춘 제품들이 적지 않아 자연스레 비교되고 있었다.


    PC 시장의 흐름을 순식간에 바꿔버린 넷북. 그 여파는 이제 온라인·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유통시장의 흐름마저 바꾸고 있다. 이미 용산을 중심으로 하는 전자상가들은 온라인 마켓의 대두로 변화의 시대를 맞고 있다. 그런 변화의 물결 속에 자신만의 색깔을 내고 있는 넷북의 저력이 새삼 놀랍기만 하다.


    베타뉴스 최용석 (rpch@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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