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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하이브리드 소설 제1탄 - 그리움


  • 이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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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09-05-08 14:52:20

    게임빌의 모바일 RPG '하이브리드' 스토리를 기반으로 네티즌들의 다양한 자작 소설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이브리드' 유저 공략집이 성행한데 이어 이번에는 유저들이 스스로 제작한 자작 소설이 유행처럼 퍼지면서 그 인기를 실감케 하고 있다.


    그 중 원주정보공업고등학교 1년에 재학 중인 박진각(17세) 학생은 "하이브리드를 이틀 만에 모든 스토리를 클리어하게 되었다. 그 때 하이브리드 엔딩 여운이 너무나도 많이 남아서 뒷이야기를 이어나가 볼까?"라는 생각으로 자작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또한 "잘 쓰여진 소설은 아니지만 제 소설을 통해 많은 하이브리드 마니아들과 함께 게임은 물론 인물, 배경에 대한 즐거운 상상을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박진각 학생이 쓴 매력적인 '하이브리드' 자작 소설, 그 첫 번째 이야기를 담아 보았다.

     


    HYBRID/ Nostalgia Whisper. / Chapter.1 그리움(Nostalgia)

    페어리가 소멸한 지 1년... 그리움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4원소의 정령들이 위로해 주어도.. 어째서 잔존하는 걸까..


    차원의 봉우리. 그 곳은 현재 아크에서 나온 사람들이 재건 중인 대륙이 모두 보이는 장소이다. 그 위에는 회색 머리와 눈동자. 그리고 검 두 자루와 검 모양을 한 목걸이를 찬 소년이 서 있었다. 아래를, 대륙을 내다보는 소년의 모습은, 뭔가 굉장히 그리워하는 모습과 표정 이였다. 쓸쓸함 그 자체였다. 그리움이란 감정의 자체이기도 했다.


    "그레이.. 역시, 이곳에 있었군요."
    새 한 마리가 그의 앞으로 날아와 말을 했다. 갈색의 새였다. 목소리를 듣는 순간, 소년이 반가운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페이오스 님. 여기는 어쩐 일로?... 한참 바쁘실 텐데...?"
    "한참 찾았습니다. 그레이 군.. 요 이틀간 이 자리에 계셨습니까?"


    목소리의 질문에, 소년은 대답대신 그저 끄덕이기만 했다. 그리고는 다시 아래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는 다시 하늘로 시선을 옮겼다.


    이 대륙은, 1년 전 까지만 해도 '제네시스' 라는 한 사내에게. 정확히는 이 '세계' 는 '초기화' 당한 뻔 했다.  그것을 이 '그레이' 라는 소년이 막았다. 그를 '혼돈(카오스)'으로 돌아가게(빨려들어간 것이 더 정확하다.) 했다. 그때 그레이의 옆에는 '페어리' 라는 여인이 있었다.


    "크핫! 페이오스! 이 녀석, 그레이. 아무리 말을 걸어도 통 말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레이가 손에 차고 있던 중력구가 붉게 빛나면서 목소리가 들렸다. 페이오스의 목소리를 그 목소리를 '샐래맨더' 라고 불렀다.


    "오! 샐래맨더. 잘 지냈나?"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잖은가, 페이오스! 크하악! 이 녀석, 그레이! 완전히 맛이 갔다고! 그 페어.. 읍! 크하~!. 실프!! 왜... 읍!?"


    ".....흐...음....."
     중력구가 붉은 색과 녹색으로 바뀌어가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녹색 빛은 아무래도 '실프' 라고 하나보다. 약간 혼란스러워 졌음에도 소년은, 여전히 아래만을 내다보고 있었다. 페이오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정원에라도 갔다 오세요. '실체화 한 이미지' 이지만.. 덜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저는... 괜찮습니다. 페이오스 님! 너무 많은 신경 써 주시지 마세요. 안 그래도 바쁘실 텐데..."


    그가 짧게 웃어 보였다. 그렇지만 그 미소도 어쩐지 그렇게 보였다, 여운이 묻어 나오는 미소였기에. 그 미소를 보는 이 역시, 그 감정을 알 수 있었다. 그가 느끼는 그리움과 쓸쓸함은, 꽤 큰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 그레이. 망령의 집결지는 모두 돌아보셨습니까?"
    잠시나마 그레이의 기분을 좀 나아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페이오스는 그에게 다른 주제의 질문을 던졌다. 4원소의 정령들도 그 의도를 알았다. 정령들 역시,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이윽고 그레이가 입을 열었다.


    "조금.. 힘들었어요. 찾는 것도 힘들었지만... 상대하기 힘들었어요.. 아무래도 '절대 방어' 가 없었으니... 뭐, 가끔은 혼자 힘으로 해야 하는 것도.. 있어야겠죠, 페이오스 님?"
    말을 마친 그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미소를 보였다. 그 전의 미소와는 다른 무언가의 '감정' 이 담긴 듯한 미소였다. 아주 약간의 자긍심 이였을 지도 몰랐다.


    "... 힘 내십시요. 그레이... 아직은 이런 격려 뿐이군요... 죄송합니다...'
    "아뇨! 전혀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위안이 되는걸요?. 감사합니다. 페이오스 님."


    손을 몇 번인가 휘젖고는, 이내 페이오스에게 허리를 굽혔다. 잠시 뒤. 그는 대륙으로 향해 떠나갔다. 아무래도 굉장히 급했나 보다.


    휘우우.. 따스한 바람이 그의 전신을 훑어주고 그의 등 뒤로 떠나갔다. 그 바람은 두어 번 더 왔다 갔다. 바람이 일 때 마다, 그의 회색 머리가 살랑살랑 춤을 추었다. 앞을 내다보는 그의 모습이, 그의 뒷모습이 쓸쓸해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중력구가 밝게 빛나는 듯 하더니, 아주 짧은 섬광을 내뿜었다. 그의 앞. 허공에는 4원소의 정령이 모습을 나타내었다.
    "크하... 그레이! 힘 좀 내봐! 네가 이러면, 우린 어찌하란 말이냐!!!'


    샐래맨더가 약간의 화염을 내뱉으며 말했다. 문장 자체는 거친 듯 했지만, 사실은 위로를 해 주고 싶었을 것이다. 성격이 성격인 지라..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았을 뿐 이였다.
    "그래, 그레이. 힘 좀 내라구. 네가 이렇게. 축~ 쳐져 있으면... 우리도 힘이 빠진다구?"


    운디네 역시 샐래맨더와 같은 의미의 격려였다. 샐래맨더의 표정은 항상 똑같았으나, 운디네는 달랐다. 의미도 그러했고, 표정도 축 쳐진 듯 한 표정으로 말했다. 운디네가 말을 마치자, 이번에는 실프가 운디네에게 시선을 돌렸다.


    "흐...음..."
    "응? 왜그래, 실프?"


    실프의 시선을 느낀 운디네가, 궁금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 실프는 연신 '...흐...음...' 이라는 감탄사만 내뱉고 있었다. 약간 톤이 높아진 목소리로 운디네가 다시 입을 열려는 순간. 이번에는 노움이 입을 열었다.


    "그.."
    "그레이. 힘 좀 내라. 네가 슬퍼하면 우리. 4원소 정령도 슬퍼진다.
    그레이가 힘이 없으면.. 우리도 힘이 없어진다."


    노움도 거의 샐래맨더와 비슷한 말투로 들리기도 했다. 뭔가 형식적인 듯 한. 하지만, 의미 전달은 정확하게 되는 따뜻한 말 이었다. 그레이가 눈길을 4원소 정령에게로 돌렸다. 한 결 나아진 표정 이였다.


    "그래. 그레이.. 힘 내. 우리가 있잖아?"
    "맞아.. 미안..."
    "크흐! 알았으면 된 것이 아닌가?. 몸이 뻐근하군! 간만에 정, 읍!... 크하~! 왜이래, 실프!!"
    "좀..."


    뭔가를 뜻하는 바가 있어 보였지만 아직, 샐래맨더는 이해하질 못했다. 실프는 사소한 일에도 신경 쓰고 있단 것을, 그레이는 어렴풋이 짐작 할 수 있었다.


    "그럼.. 올라가 볼까?... '정원'으로? 언제까지 이 곳에 있을 순 없잖아, 안 그래?"
    "후욱..하아....하필...번개...피하기...였다...니.."


    그레이의 몸은 온통 땀 투성이였다. 힘 겨운 듯 지친 표정. 장소가 이동되고, 그레이는 석상과 대장장이와 매신저. 그리고 '오레아스' 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이윽고, 그가 쓰러지듯이 석상에 기대어 앉았다. 누군가 자신에게 기댄 것을 석상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눈도, 고개도 아래로 내리지 못하기 때문에, 그것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석상이 놀란 기색으로 일을 열었다.


    "누..누... 누구야!! 나에게 몸을 기대고 있는 것이!?"
    "엔트리스... 저예요.. 벌..써.. 잊으셨어..요?.. 저.. 방금... 정원에.... 들어갔잖아요..."


    그가 위로 고개를 치켜들며 말했다. 엔트리스 역시, 말을 이었다.
    "아.. 미안하다.."
    "아뇨.. 놀라게 한 것이라면... 재가 죄송하죠..."


    말을 끝내며 그레이가 고개를 내렸다. 잠시 뒤. 그의 손에 오돌토돌한 감촉이 느껴졌다. 궁금함에, 그는 시선을 옮겼다.


    그의 시야로 들어온 것은, 그레이의 뒷모습과 조금 긴 시 같은 것 이였다. 그건, 페어리가 남기고 간 '에페리얼의 ‘위스퍼링' 이였다. 그가 입을 열어, 그것을 읊조리기 시작했다.


    영원은 없어
    시간의 칼 날 위에
    배어지고 흩어지는
    한낱 소망일 뿐

    영원하길 바라는 모든 것은
    네 곁의 그도
    그 곁의 너도
    시간의 칼날에 흩어지고 마는 것

    영원은 한낱 소망이라 해도
    그의 이름 부르고
    그의 이름 만지고
    그의 이름 끌어안아
    배어지고 흩어진
    소망의 수천 가닥을
    무수한 네 아픈 마음을
    겹치고 겹쳐
    그의 이름을 향해
    몇 번이고 셀 수 없는
    영원의 소망을
    속삭여 주렴

    네가 속삭이는
    영원의 단어에
    시간의 칼날마저
    닳아 없어질 때까지

    그렇게 믿는 것
    수없이 속삭이는 용기
    네 가슴이 벅차올라
    눈물이 흐르고

    떨리는 눈물에
    적셔진 목소리

    그것이 내가 노래하는
    사랑의 선율....

     


    2화에서 계속...

     


    베타뉴스 이승희 기자 (cpdlsh@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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