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설

[기자수첩] 업체의 보증기간, 그 진실과 거짓


  • 강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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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09-02-19 18:42:35

    일반적으로 사용자가 하나의 제품을 구매하려고 했을 때 고려하게 되는 것이 세가지가 있는데 바로, 브랜드와 가격, 사후지원이다.

     

    그러나 이들 세가지는 절대 사용자를 모두 만족시키지 못한다. 브랜드가 유명하면 사후지원이 어느정도 보장되지만 가격은 높으며,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의 경우 가격은 저렴하겠지만 사후지원이 보장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은 가전시장 뿐 아니라 용산 내 PC 주변기기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여러 중소기업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이런 문제를 조금씩 해결하고 있는 상황.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유명 브랜드의 제품보다 더 긴 시간의 사후지원을 보장하는 방법이었다. 사용자들은 당연히 가격은 유명 브랜드 제품보다 더 저렴한데 긴 시간의 사후지원을 보장하니 자연스레 그 제품들에 주목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심지어 '평생 무상 보증', '5년 A/S 보장' 등의 파격적인 조건은 물론, '출장 애프터 서비스' 라는 조건까지 내걸면서 소비자들에게 자사의 제품을 구입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몇 업체의 A/S 기간 표기에 사용자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 총 보증 기간에 유/무상 표기는 왠말? = 대다수의 사용자가 의아해하는 부분이 바로 보증기간의 표시다. 총 보증기간에 별도로 유상과 무상 보증 기간을 표기하고 있어 사용자들의 혼선을 가져오고 있는 것.

     

    간단하게 예를 든다면 3년 A/S를 보장한다고 했는데 무상 기간은 1년, 유상 기간은 2년이라고 표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말이 3년이지 실질적인 A/S는 1년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총 보증기간은 매우 크게 표기하면서 세부 보증기간은 매우 작게 표기해 놓았다.

     

    일반적 보증기간과 별도로 세부 보증기간을 적어두고 있는 한 모니터 업체

     

    이런 방식으로 A/S 보증 표기를 한 제품은 주로 그래픽카드와 LCD 모니터 등이다. 이들 제품은 제품 포장 박스 또는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상품정보 등지에 보증기간을 크게 적어놓음과 동시에 세부 보증기간을 따로 표기하고 있다.

     

    그런데 조심스럽게 생각해보면 '유/무상 보증기간의 표기' 자체로는 그동안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형태다. 대기업의 제품은 물론, 기존 다른 업체들도 과거엔 제품의 순수 무상 보증기간만을 명시하고 있었다.

     

    비단 모니터 뿐 아니라, 그래픽카드 유통사도 이러한 방식으로 보증기간을 표기하고 있다

    (이미지 좌측에 깨알같은 글씨로 유/무상 보증 기간을 표기하고 있다)

     

    ◇ 업계의 법칙 깨진 이유 '평생 무상 보증' 때문? = 과거 한 메모리 업체가 파격적인 보증 조건을 내걸었을 때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바로 '평생 무상 보증' 이라는 문구 때문이었다.

     

    덕분에 제품은 날개 돋힌듯 팔려나갔고 다른 경쟁 업체들도 너나할 것 없이 평생 무상 보증을 내걸며 판매 경쟁에 뛰어 들었다. 이것이 불과 2~3년 전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D모사가 내건 '평생 무상 보증'은 어떻게 보면 그쪽 분야에만 한정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다른 입장에서는 이런 파격적인 조건을 걸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줄 수 있게 했다"며 당시 상황을 고백했다.

     

    결국 무모한 경쟁이 지금의 상황을 불러왔다는 얘기가 된다. 무리수는 또 다른 무리수를 낳고 결국에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든다. 실제로 처음 파격적인 조건을 걸었던 D모사는 현재 해당 사업을 포기한 상태로 구입한 사용자들에 한해서 A/S만 실시하고 있는 상태다.

     

    ◇ 유상 보증 기간의 끝은 곧 제품 보증의 종료 = 무상 기간이 곧 실질적으로 소비자가 혜택을 볼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업체가 말하는 '유상 보증 기간'은 무엇을 말할까?

     

    이는 사용자가 제품에 이상이 있을 때 비용을 지불하고 수리를 받는다는 단순한 의미를 떠나 유통사 또는 제조사가 그 기간 동안 제품을 보증해 준다는 의미도 함께 담겨있다.

     

    무상 2년, 유상 1년으로 총 3년의 보증기간을 지니고 있는 제품의 예를 들면 총 3년 동안 해당 제품에 대한 보증을 해준다는 얘기다.

     

    그럼 보증기간이 끝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까? 이와 관련해 한 업체 관계자는 "보증기간을 명시하는 것은 법적 고지에 따라 우리가 이 기간 동안 해당 제품의 품질을 보증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금 유통사의 행태는 제품의 보증 기간을 마치 그 기간 내에 아낌없이 A/S를 해준다는 것 마냥 과대포장해서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소비자는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으면 마치 이 제품에 크게 적혀있는 보증기간을 바로 믿을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당장은 눈에 띄지 않지만 차차 쌓이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와 유통사에 돌아가게 된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소비자는 결코 바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요즘 소비자들은 과거와 많이 다르다. 단순히 시대가 발달해서 뿐만이 아니라 제품을 구입하는 눈 자체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봤을 때 대부분 업체는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따라가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 정확한 보증 기간 또는 서비스 기간의 표기 필요해 = 맞지도 않는 보증 기간을 크게 표기하면서 깨알 같은 글씨로 사용자가 돈을 내며 서비스를 받는 유상 기간을 별도 표기하는 것은 솔직히 얄팍한 상술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폐단을 없애기 위해서 업체는 우선 유/무상 보증기간을 합친 기간을 크게 표기할 것이 아니라, 순수한 무상 보증 기간을 크게 표기하고 동시에 유상 보증 기간에 대한 의미를 소비자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사실, 무상 보증 기간이 길어질수록 업체의 부담이 커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그래도 정말 소비자에게 사랑받고 싶다면 이런 꼼수를 사용할 생각을 하기 전에 친절한 서비스 및 고품질의 제품을 유통함으로써 이뤄내야 하지 않을까?


    베타뉴스 강형석 (kangh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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