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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온라인 게임의 글로벌 가속화, 한국에게 가져다준 과제는?


  • 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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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09-01-30 16:06:07

    중국산 온라인 게임의 글로벌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중국 온라인 게임 업체들이 온라인 게임 종주국으로 불리우는 한국은 물론 아시아 시장을 넘어서 북미 지역 등 글로벌 시장에 대한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KTH의 게임 포털 올스타는 중국 완미시공 사와 MMORPG '적벽'의 한국 서비스에 대한 계약을 발표했다. 중국 고전 소설의 대표적인 작품인 '삼국지'의 적벽대전을 소재로 한 '적벽'은 코에이의 '삼국지 온라인' 등에 맞서기 위해 개발사가 자존심을 걸고 개발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7년 CJ인터넷을 통해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완미세계'의 경우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의 전면전을 펼치겠다는 과감한 마케팅 전법으로 국내 시장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증명한 바 있다. 최근에는 동 게임의 개발사인 '주선 온라인' 또한 계약을 맺고 조만간 국내 서비스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산 온라인 게임의 글로벌 진출은 일본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완미세계'를 비롯해 '주선 온라인', '꿈세계' 등 다양한 작품들이 2008년 본격적인 시장 진출에 성공하면서 컬츄라이제이션의 가장 기본적인 현지화 작업에 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주선 온라인'의 경우 일본 유저들이 좋아할만한 애니메이션 풍의 캐릭터 일러스트를 새롭게 선보였다. 이외에도 많은 일본 업체들이 중국산 온라인 게임에 대한 퍼블리싱 계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서비스에 맞춰 캐릭터 일러스트를 현지화시킨 '주선 온라인'의 모습

     

    '완미세계'를 서비스하는 완미시공사는 아예 글로벌 서비스를 위한 글로벌 서버를 열고 북미 시장 등을 공략하고 있는 중이다. 중국 고유의 무협 등에 신비감을 가지고 있는 해외 유저들에게 호감을 얻을 수 있는 작품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동시에 현지화에 따른 위험을 덜기 위해 많은 지역에서 접속이 가능한 통합 글로벌 서버 형태의 서비스를 선택한 셈이다.

     

    중국산 온라인 게임의 글로벌 진출 가속화 현상은 자국내 중국 업체들의 시장성 보호 확대를 위한 폐쇄적 정책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국 시장은 외국 온라인 게임에 대해 판호(서비스 여부를 판가름하는 허가증)를 늦게 내주거나 불허하는 등의 자국 시장 보호용 정책을 남발하며, 외국산 게임에 대해서는 필요 이상의 기준을 내세워 불합리한 계약을 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실제로 '이브 온라인'을 서비스 중인 CCP는 중국 서비스를 위해 통합 서버를 통한 글로벌 서비스의 전례를 깨고 유일하게 중국 현지에만 중국용 서버를 설치해야만 했을 정도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또한 중국 현지 파트너사들의 이해할 수 없는 계약 조항으로 인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기간은 물론, 공개가 불가능한 기술적 소스 부분까지 모두 공개하기를 요구하는 업체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중국 현지 애널리스트의 발언에서도 적지 않게 나타났다. 지난 1월 20일 2009 세계 게임시장 전망 세미나에 참석한 아이리서치의 밥 차오 수석애널리스트는 "중국산 온라인 게임이 성장하면서 중국에서 한국 온라인 게임의 비중이 많이 협소해지고 있다"며, "이는 중국산 온라인 게임이 세계화 시대에 맞게 기술력이 발달한 것이 주효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최근 중국에서 동시접속자수 120만 명을 돌파하며 주목을 받은 '던전앤파이터'의 경우 서비스가 채 시작되기도 전에 '귀치등' 등 현지 업체들이 제작한 짝퉁 게임들로 인해 마케팅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페이퍼맨' 등의 일부 국산 온라인 게임은 '패트릭스' 등 컨셉에서부터 시스템까지 철저히 표절한 중국 온라인 게임의 등장으로 결국 국내 서비스마저 접는 상황까지 도달했을 정도다.

     

    일부 중국 언론들은 아직 현지 서비스 시기조차 확정하지 못한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에 대해 자국 온라인 게임에 비해 한참 뒤떨어진 수준의 게임이라고 비하하면서 현지 상륙에 앞서 유저들의 관심을 차단하겠다는 조직적인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페이퍼맨'의 기획과 거의 동일한 형태로 개발되어 논란을 불러 일으킨 '패트릭스'의 모습

     

    물론 이러한 분위기가 모두 중국 업체의 부도덕으로만 단정하긴 이르다. 온라인 게임의 종주국이라는 자만심 아래 이렇다할 아이디어도 못보인 채 성공작의 아류작에 그치는 수준의 제품을 만들어 투자만을 유치할려는 일부 비도덕적인 업체들의 행보는 물론 천정부지로 치솟는 계약 단가도 문제다. 1개의 한국 온라인 게임을 서비스하는 데 드는 계약비용보다 중국에서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거나 몇 개의 온라인 게임을 서비스 계약하는 비용이 더 싸다고 말하는 업계 관계자의 말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급성장을 이룬 중국 시장은 막대한 유저층과 시장으로 게임 업체로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글로벌 시장의 큰 축이다. 하지만 그 시장이 자국 시장 보호만을 위한 비리와 편파로만 일관된다면 이는 더 이상 긍정적인 시장으로만 판단할 수 없는 곳이 될 것이다. 잇따른 외산 온라인 게임들의 현지 상륙과 글로벌 전략에서 한국 기업들이 제 2의 도약기를 맞을 수 있는 교훈을 얻기를 바랄 뿐이다.


    베타뉴스 김혁 (serika76@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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