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설

[기자수첩] 실생활 속 '뿌리치기 어려운' 불법복제 유혹


  • 김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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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09-01-12 09:45:45

    지난 1998년 6월,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잘 알려진 '한글과컴퓨터'의 대표 이찬진 사장이 갑작스럽게 사임 발표를 했다. 국내에서 독자 개발된 최초의 워드프로세서가 단기부채 100억원에 의해 쓰러질 위기해 처했다는 이유 하나만이었다.

     

    그 당시 국내의 수많은 사용자들과 주요 언론들은 하나같이 이 사장의 사임 소식을 듣고 크나큰 충격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한국이 개발한 소프트웨어가 해외 시장에 순식간에 인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글과컴퓨터가 자금난에 흔들린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인터넷을 통해 수만명의 사용자들에게 불법으로 유통된 워드프로세서 복제판에 대한 피해가 컸다는 것.

     

    무심코 인터넷에 올라온 불법 프로그램이 한 회사를 진퇴양난으로 몰아넣은 것을 계기로, 지금도 수많은 소프트웨어 업체가 불법 복제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실정이다.

     

    ◇ 이미 실생활까지 파고든 불법 소프트웨어 = 지난 몇 년간 수많은 소프트웨어 업체와 정부는 불법 복제 시장을 잠식시키기 위한 '정품 애용 캠페인'을 벌여왔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이는 실질적인 사용자들의 의견은 받아들이지 않고 무조건적인 정품 사용을 강행하고 나서 발생한 역효과로 풀이될 수 있으며, 하루에도 여러개의 최신자료가 업로드 되는 P2P 사이트를 가로 막지 못한 것 또한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흔히 우리가 사용하는 하나의 프로그램이 적게는 10만원, 많게는 100만원이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정품 보다 인터넷에서 다운로드 받는 것이 이득'이라고 각인이 된지 오래다. 이렇게 불법 복제 시장은 개인을 넘어서 기업과 공공 기관까지 소리 소문없이 침투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대부분의 P2P 사이트에서는 100만원이 넘는 고가의 프로그램들이 아무런 제재 없이 10%가 채되지 않는 가격과 빠른 전송 속도로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나 몰라라' 하고 있으니 불법 복제 시장은 더욱 비일비재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업체 또한 이러한 상황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들에게 정품 유도에 대한 단속과 활동을 집중적으로 강화하게 되면 네티즌들의 적잖은 집중 포화는 물론, 따가운 눈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선뜻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 불법복제의 악순환 부르는 고 가격정책과 강제단속 = 불법 다운로드가 성행하고 있는 이유는 소비자들의 정품 소프트웨어 인식 고찰에 대한 이해력 부족이 아닌, 프로그램 개발 업체가 소비자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을 책정하기 때문이다.

     

    P2P를 통해 프로그램을 다운받는 사용자들은 컴퓨터 구입과 동시에 윈도우 운영체제와 각종 소프트웨어를 구매할 경우 가격에 대한 부담감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며, 기업의 손실을 최소화한다는 이유만으로 P2P를 폐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이 해결되기 위해서는 경기 불황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현실과 더불어, 국내 실정에 맞는 소프트웨어 가격을 업체들이 제시해야 할 필요성이 있으며, 불법 콘텐츠 제공자와 저작권자의 협의 또한 중요하다.

     

    실제로 국내의 모 파일 공유 사이트에서는 저작권자의 협의를 통해 여타 자료보다 비용을 조금 더 높게 책정하는 방안을 시행중에 있으며, 일부 프로그램 개발업체의 경우 불법 복제량을 최소화 하기 위해 시중보다 가격대를 크게 줄이거나 기본적인 메뉴만 사용할 수 있는 무료 프로그램을 배포하면서 정품 사용자를 늘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처럼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유저들에 대한 비판과 강제적인 탄압은 오히려 화를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다. 소비자들이 정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당 업체들이 적극적인 대응 방안을 강구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베타뉴스 김영훈 (raptor@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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