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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자본시장공약 톺아보기] ②비트코인 현물 ETF “변동성 안전장치 마련 등 신중 기해야”


  •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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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4-05-06 14:59:51

    ▲ © 연합뉴스

    4.10 총선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리면서 민주당이 내걸었던 자본시장 공약들이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당은 총선 당시 금융투자소득세를 기존 합의대로 내년부터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아울러 ▲기관투자자의 가상자산 시장참여 허용 및 가상자산 기반 상장지수펀드(ETF) 발행·상장·거래 추진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투자대상 해외주식까지 확대 및 발생수익에 대한 전면 비과세 추진 등을 공약했다.

    또 민주당은 공정한 자본시장 질서 확립을 위해 ▲공매도 거래자의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취득 제한 ▲상장법인 임직원·주요주주가 6개월 이내 단기매매차익을 취득한 경우 해당 법인이 매매차익을 반환청구하도록 의무화 ▲대주주 등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자본시장 참여제한, 금융거래 제한, 상장회사 임원선임 제한 등도 내걸었다.

    특히 금융투자소득세와 비트코인 ETF 발행 등 논란에 휩싸였던 공약들이 민주당의 압승으로 이제 시행 기로에 놓였다.

    이에 본지는 민주당 총선공약들이 도입되면 달라지는 점과 증권시장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짚어보는 기획을 준비했다. <편집자주>

    가상자산 투자 상당폭 증가 ‘효과’

    민주당이 총선 공약으로 내세운 ‘비트코인 현물 ETF 허용’이 민주당의 총선 승리로 법제화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은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현물 ETF의 발행과 상장, 거래 등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한 바 있다. 또 국내 자산운용사가 비트코인 현물 ETF 상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국민의 자산증식 기회를 확대한다는 취지로 가상자산 ETF의 ISA 편입 허용도 공약한 바 있다.

    현재는 가상자산 투자를 위한 법인 계좌를 개설할 수 없는 상황이라서 가상자산 시장이 개인투자자 위주로만 운영된다. 그러나 앞으로 비트코인 현물 ETF가 허용되면 법인과 기관 투자금이 가상자산 시장에 간접적으로 유입돼 시장 활성화와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또 자본시장연구원 장보성 연구위원은 “국내에서 가상자산 현물 ETF 출시가 허용된다면 수요와 공급 요인을 모두 자극하여 가상자산 투자가 상당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장 연구위원은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거나 이에 익숙하지 않은 잠재 투자자들이 ETF를 통해 가상자산 투자에 참여할 것”이라며 “ETF가 출시된다면 기존 MTS(mobile trading system)나 HTS(home trading system)를 이용해 쉽게 거래할 수 있어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투자자 기반도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상장법인 주식 소유자는 1,403만명(중복 제외 개인, 2023년말), 가상자산 투자자는 606만명(개인, 2023년 상반기말)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주식 시장의 투자자 기반이 넓기 때문에 주식 계좌를 통해 가상자산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잠재 투자자가 상당수 존재하는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 연구위원은 공급 측면에서도 자산운용사 등 금융기관들이 수익원 확대를 위해 ETF 상품을 적극적으로 출시·홍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최근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ETF 시장 자체도 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러한 우호적인 여건이 가상자산 현물 ETF 출시 유인을 높임으로써 가상자산 시장이 확대되는 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해외에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1월 비트코인 현물 ETF의 출시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블랙록과 그레이스케일, 대형 자산운용사 11곳의 비트코인 현물 ETF 상품이 뉴욕 증시에 상장돼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홍콩도 지난 달 15일 증권선물위원회(SFC)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처음 승인했다. 홍콩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은 아시아에선 최초이고,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은 세계 최초로 꼽힌다.

    ▲ © 픽사베이

    가상화폐 변동성 커...“주요국 평가 이후 도입 검토해야”

    그러나 국내에서의 가상화폐 현물 ETF 도입에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산적해 있다.

    우선 금융위원회가 자본시장법에서 규정하는 ETF의 기초자산에 가상자산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을 이유로 들며 가상화폐 현물 ETF 허용이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취지로 반대의사를 밝힌 바 있다.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 승인과 관련해 금융위가 "국내 증권사가 해외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강한 거부감을 나타낸 것이다.

    결국 가상화폐 현물 ETF 승인의 열쇠는 금융위가 쥐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금융위가 ETF 기초자산의 개념에 대해 유권 해석을 변경한다면 빠른 승인이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민주당이 이를 뒤집기 위해 법 개정 절차를 거쳐야 할 전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홍콩, 영국 등 주요 금융선진국들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 가운데 국내 금융당국이 계속 규제 방침을 고수한다면 금융 발전을 거꾸로 되돌린다는 지적을 받을 것”이라며 “이에 민주당의 요구에 따라 승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위의 승인을 받더라도 가상화폐 시장의 안정성과 유용성 문제를 담보해야 하며 이에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보성 연구위원은 “가상자산 현물 ETF 출시는 기초자산에 내재된 기존 리스크를 확대할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 연구위원은 “기존 리스크 확대는 가상자산 시장의 팽창으로 비효율적 자원 배분, 가격 위험, 예금 변동성, 외부 요인에 대한 취약성 등 가상자산에 내재된 문제가 심화된다는 점”이라며 “추가적인 리스크로는 인식 왜곡, 금융불안 경로 증가, 자본 유출, 정책 딜레마 등이 수반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 연구위원에 따르면 ▲비효율적 자원 배분은 가상자산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비생산적 부문으로의 저축 이동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을 말하며 ▲가격 위험은 내재가치와 무관하게 가상자산의 가격이 결정되어 높은 변동성이 수반된다는 점을 의미한다.

    아울러 ▲예금 변동성은 가상자산 투자 자금이 은행 계좌를 통해 입출금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며 ▲외부 요인에 대한 취약성은 해외 시장 상황이 국내 가상자산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불안이 전이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또 변동성이 워낙 크고 가격 상한가도 없어 파생상품보다 위험한 비트코인을 ISA로 편입하는 것은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 시장 확대에 있어서 어떤 파생상품보다 더 큰 주의가 필요하며 이에 합리적인 시장조성의 동기와 제도적 울타리 마련, 세심한 안전장치 등을 완비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온다.

    장보성 연구위원은 “주요국들의 선례와 그 명암에 대해 충분한 평가가 이루어진 이후에 현물 ETF 출시 여부와 관련된 제도적 검토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고 조언했다.


    베타뉴스 박영신 기자 (blue0735@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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