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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완성 위해 선언적이라도 상장 폐지 규정해야”


  •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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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4-04-05 16:06:30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국내주식 저평가현상)를 위해 정부 주도로 추진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상장 폐지 경고 시스템 가동과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이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5일 TwoIFC에서 ‘제 22대 국회에 바라는 밸류업 10대과제 제언’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사회에서 저출산 문제과 맞먹을 정도의 재앙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핵심 사안에 대한 법 개정을 위해 국회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밝혔다.

    이날 이남우 포럼 회장은 “증시는 국민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상생의 장이자 국민의 건전한 자산 축적을 돕는 기회의 사다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회장은 “삼성전자, 현대차, LG 전자 같은 간판 상장사들은 초일류 제품을 만들고 세계 최고 경쟁력과 높은 수익성을 자랑한다”며 “그러나 이들이 주도하는 한국 증시는 미국, 대만, 전세계 시장 밸류에이션의 50% 미만, 일본의 60%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포럼은 밸류업 완성을 위한 10대 과제로 ▲상법 개정을 통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 ▲상세한 밸류업 템플릿 완성 후 상장사 채택 독려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도입 및 세율 인하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가동 등을 제시했다.

    또 이들은 ▲이사회 독립성 강화 ▲배당 증가시키는 기업에 대한 정부 차원 세제 혜택 제공 ▲상장 폐지 경고 시스템 가동 ▲상장사 모자회사간, 계열사간 합병시 공정가치로 평가 ▲상속세·증여세 현실화 등도 꼽았다.

    ▲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이 5일 TwoIFC에서 열린 ‘제 22대 국회에 바라는 밸류업 10대과제 제언’ 기자회견에서 포럼이 제시한 10대 과제를 설명하고 있다. © 박영신 기자

    포럼이 제시한 과제 중 특히 눈에 띄는 항목은 상장 폐지 경고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상장 폐지는 상장사들 입장에서는 가장 강력한 제재수단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앞서 증시부양책을 추진한 일본에서도 선언적인 차원으로 상장 폐지를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은 PBR 1배 미만인 기업에게 사유 확인을 요청했으며 개선 계획을 수립하고 공시토록 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실행토록 했다. 또 기업들에 개선 및 관리기간 부여에도 불구, 오는 2026년 중 불충족 시 해당 기업을 상장폐지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남우 회장은 “일본에서도 구체적인 상장폐지 절차 등이 규정돼 있지 않아 선언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상장사들의 밸류업을 위한 개선 노력을 강화하기 위해 선언적인 수준이라도 상장 폐지까지 규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포럼은 ▲주주환원(배당+자사주 매입·소각)이 전년대비 감소하는 기업은 그 이유를 공시토록 할 것 ▲장기간에 걸쳐 주당가치 개선 노력이 없거나 현금 및 잉여금 과다 보유로 ROE가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기업은 경고 시스템 작동 후 상장 폐지를 명령할 것 등을 요구했다.

    도 포럼은 자사주 소각 관련, 기존 보유분 즉시 소각과 향후 매입분 3개월 내 소각 의무화를 제시했다.

    포럼은 “자사주는 지배주주 돈이 아닌 회사의 자금으로 매수한 것이므로 경영권 방어 수단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사주가 금고주의 형태로 장부에 남아있으면 주가 할인의 요소가 된다”며 “그만큼 기회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니 회사를 위해서라도 일괄적 소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포럼은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확실히 가동시킬 것을 요구했다.

    포럼은 “일본 기업들의 거버넌스 개혁에서 GPIF(일본 공적연금)의 역할이 컸다”며 “GPIF는 스튜어드십코드를 원칙대로 정확히 적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밝혔다.

    또 “국민연금의 한국주식 비중이 총자산의 14%에 불과해 일본의 25%보다 낮다”며 “이에 ‘국내주식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짚었다.

    이에 포럼은 “밸류업을 계기로 국민연금이 한국 증시 레벨업을 주도하고 이를 위해 국내주식 아웃소싱 자금을 증가시켜 수급을 점진적으로 개선시키길 바란다”고 밝혔다.

    스튜어드십코드란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자율 지침이다.

    지난 달 금융위원회는 스튜어드십코드에 ‘투자 대상 회사가 기업 가치를 중장기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전략을 수립·시행하면서 주주와 충실히 소통하고 있는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추가, 개정해 기관투자자들이 투자대상 기업의 밸류업을 직접 점검하도록 했다.

    한편 포럼은 정부가 추진 중인 밸류업 참여 기업과 투자자에 대한 세제 혜택과 관련해 배당소득세 인하는 추진이 필요하지만 법인세 인하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포럼은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어서면 장기투자자의 경우에도 배당에 최고세율인 50%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며 “이중과세 문제 뿐 아니라 자본시장 발전과 장기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고 밝혔다. 이어 “현실적으로는 지배주주가 대부분 최고세율 적용을 받는데 이는 높은 배당을 꺼리는 요인이 된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포럼은 배당소득세 분리과세를 도입하고 세율을 인하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포럼은 “정부는 주주 배당을 늘리고 자사주를 적극적으로 소각하는 상장기업에 대해 법인세 감면 혜택을 검토하고 있다”며 “정부가 주주환원을 장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법인세 감세 혜택이 단기간 적용 후 소멸된다면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고 짚었다.


    베타뉴스 박영신 기자 (blue0735@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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