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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도 다 하는데"...주주권리 보장 위한 전자주총 도입 언제쯤?


  •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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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4-03-15 17:14:43

    ▲ © 연합뉴스

    3월 주주총회 시즌이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 가운데 주주들의 경영 참여를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히는 전자주주총회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오는 21일 대한항공, LG유플러스, LG이노텍, 대신증권, 롯데정밀화학 등 188개사, 22일에는 KB, 메리츠, 우리, 하나 등 238개사의 주총이 집중 개최된다. 또 26일과 27일에도 각각 319곳, 204곳에서 주총이 개최될 예정이다.

    특히 28일과 29일에는 주총이 대거 몰려 있다. 28일에는 두산, 넷마블, 케이뱅크, 현대로템 등 663개사의 주총이, 29일에는 아시아나항공, 하이브, 고려제강 등 691개사의 주총이 열릴 예정이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주총은 오는 20일 열린다. 삼성SDI, 삼성SDS, 삼성전기, 삼성카드 등 다른 계열사 주총도 이날 개최되며 삼성생명,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증권 등 주총은 21일 열린다.

    주주총회는 상법상 주주들이 경영감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주총일정이 겹치면 여러 개 기업에 투자한 주주들이 동시에 여러 주총에 참석하기가 어려워 권리 행사가 제한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에 정기 주주총회 쏠림 현상이 주주들의 불만을 회피하기 위한 편법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다.

    정부는 주총 쏠림현상을 막기 위해 2018년 주총 분산 유도를 위한 자율 준수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상장사가 주총 예정일을 한국상장사협회와 코스닥협회에 신고하면 집중 예상일을 통보해 분산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자율 프로그램이다 보니 실효성이 크다는 펑가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소액주주 의결권 보장을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전자주주총회 도입이 추진되고 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는 못하고 있다.

    전자주총은 오프라인 소집지 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주주총회 소집통지, 공고, 의결권 행사, 의사진행 절차가 이뤄지는 것을 말한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는 전자통신수단을 이용한 전자주총을 도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에 따르면 회사는 정관에 근거가 있는 경우 주주 전부가 전자통신수단으로 출석하는 완전전자주주총회 방식 또는 주주가 소집지에 출석하거나 전자통신수단으로 출석하는 방법 중 선택해 출석할 수 있는 병행전자주주총회 방식으로 전자주주총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전자주주총회의 법적 안정성을 위하여 전자주주총회 운영과 주주의 전자주주총회 출석 및 의결권의 행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전자통신의 장애 등 기술적인 사유로 하자가 발생한 경우에는 회사가 그 하자 발생에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주주총회 결의취소의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관련 예탁결제원은 오는 2026년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올해 전자주총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제대로 된 논의조차 거치지 못한 채 21대 국회에서 폐기될 전망이다.

    그러나 주주 권리 보호와 회사경영 전반에 대한 적극적 참여를 위해 미국은 30개 주 이상에서 온라인 주총을 허용하고 있고, 일본과 독일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주총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주총’을 허용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의결권 행사 전반에 전자화 도입을 권고했다.

    국내 일부 기업도 오프라인 주총과 아울러 온라인으로 주총 현장을 생중계하는 일종의 하이브리드 주총을 운영하고 있다. 현행법상 전자주총이 아직 인정되지 않는 만큼 전자주총 참가자는 사전에 전자투표를 하거나 의결권 대리행사를 신청해야 한다.

    한국법학원은 “우리나라도 국제적 변화와 주총 운영방식 변화 필요성을 고려해 제도 개선방향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정부는 주주의 의사결정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2010년 전자투표를 도입한 바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정기주총 기준으로 858개 기업이 예탁원의 전자투표시스템 'K보트(K-VOTE)를 이용했다.


    베타뉴스 박영신 기자 (blue0735@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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