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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ELS 배상안, 판매사 위법행위 금융소비자에 전가”


  •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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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4-03-14 17:57:50

    ▲ 지난 2월15일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홍콩ELS 대규모 손실사태 관련 금융당국에 대한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금융정의연대

    최근 금융당국이 발표한 홍콩 H지수 손실 배상안에 대해 판매사의 위법한 판매, 내부통제의 부실을 금융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금융정의연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참여연대 등 단체들은 14일 “금융기관의 탐욕과 감독 당국의 방치에서 비롯된 홍콩 ELS 사태의 본질을 호도한 채 판매사의 위법한 판매, 내부통제의 부실을 금융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홍콩 ELS 사태 본질에 맞는 합당한 배상 기준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11일 ‘홍콩 H지수 ELS 검사결과(잠정) 및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했다.

    금감원의 검사결과 판매정책·소비자보호 관리실태 부실과 판매시스템 차원의 불완전판매 및 개별 판매과정에서의 다양한 불완전판매가 확인됐다.

    금감원은 기준안이 판매사 책임과 투자자별 특성을 고려한 투자자 책임을 종합적으로 반영하여 결정되도록 정교하고 세밀하게 설계되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들 단체들은 “판매사와 금융당국 모두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사후적으로나마 피해자 구제를 위한 합당하고 완전한 배상기준을 마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과거 배상 기준에 비해 오히려 퇴보했다”고 지적했다.

    과거 DLF 사태에서 기본배상비율은 30~40%를 인정했으나 홍콩 ELS 사태에서 20~40%로 책정하여 기본배상비율을 감축했다는 것이다. 기본배상비율은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적합성원칙, 설명의무, 부당권유금지를 위반한 위법행위를 고려한 배상비율이다.

    또 이들은 “DLF 배상 기준에서는 은행의 공통배상비율이 25%였는데, ELS 공통배상비율은 최대 10%로 감축됐다”고 지적했다. 공통배상비율은 판매사의 내부통제 부실을 반영한 비율로 이번 배상안에서 은행은 5% 또는 10%, 증권사는 3% 또는 5%로 책정됐다.

    이들 단체들은 “홍콩 ELS 사태가 DLF 사태보다 기본배상비율과 공통배상비율이 낮아져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DLF 사태 이후 은행의 ELS 판매를 금지하려고 하였으나, 은행은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조건으로 ELS 판매를 요구를 수용했지만 은행들은 내부통제는커녕 무리한 실적 경쟁으로 금융소비자의 피해를 확대시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은행은 DLF 사태 보다 이번 ELS 사태에서 비난받아야 할 이유가 더 많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과도한 영업목표 설정과 내부 통제 시스템의 부실은 ELS 사태의 본질적인 문제임에도 공통 배상 기준을 감축한 것은 사태의 본질을 무시한 배상 기준”이라고도 짚었다.

    DLF사태 때는 명확한 법규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해 줄 여지가 있었지만, 홍콩 ELS 사태 때는 DLF사태 때 없던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됐음에도 금융기관이 이를 대놓고 무시했다는 것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르면 적합성 원칙 위반, 설명의무 위반, 부당권유는 그 하나만 위반해도 전액을 돌려줘야 하는 계약 해지 사유인데, 위 3개 원칙을 모두 위반해도 최대 40%로 기본배상비율을 제한하는 것은 금융소비자보호법과도 배치된다.

    이들 단체들은 “DLF 사태 이후 은행은 ELS 판매를 위탁받아서 판매했는데, 수탁자로서 선관주의의무, 충실의무를 해태한 위법 사항도 지적되는 상황에서 판매사의 공통가중비율을 낮춘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들은 “키코, DLF, 라임·옵티머스 등 금융소비자 피해가 반복됐다”며 “2019년 DLF 사태 이후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 강화 방안, 금융소비자법 시행 등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적·정책적 방안을 내놓았지만 판매사는 위법·부당한 판매를 지속했고, 금융당국은 이를 방기하여 불과 5년 만에 ‘판박이’사태가 발생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더구나 DLF 사태 판매규모는 8천억원 정도 였으나 ELS 판매는 19조원에 이르러 피해 규모는 막대하다”며 “그러나 금감원이 법적 분쟁의 장기화를 피하고 사적 합의를 통한 분쟁의 조기 종결을 위해 마련했다는 배상기준안은 ELS 사태의 본질과 동떨어져서 기준안 마련 취지 자체를 무색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반복된 금융소비자 피해를 막고자 마련된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법과 정책에 반하여 위법·부당한 판매를 하고 판매사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부실했고 금융당국의 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고 짚었다.

    이들 단체들은 “이번 배상기준은 홍콩 ELS 사태 뿐만 아니라 향후 발생할 다른 대규모 금융소비자 피해 사건에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홍콩 ELS 사태의 본질에 맞는 합당하고 완전한 배상 기준안 마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업계에서는 이번 배상안이 과도하다는 반응이다. 은행권에서는 수조 단위의 손실이, 증권가는 수천억원 규모의 손실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판매사들은 대다수 선량한 투자자들이 악독한 판매사들에 의해 당한 것으로 판매사들이 몰리는 것은 과도하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한편 금융당국에서 제시한 배상 비중은 대다수 20~60%이며 업계는 평균 40% 안팎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


    베타뉴스 박영신 기자 (blue0735@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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