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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H지수 손실배상안 '발표'...판매사·투자자 책임 따라 0~100% '차등화'


  •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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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4-03-11 11:39:38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대규모 원금손실 사태가 발생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에 대해 0~100% 차등배상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다. 배상비율은 검사결과 확인된 판매사 책임과 투자자별 특성을 고려한 투자자 책임을 종합적으로 반영하여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11일 ‘홍콩 H지수 ELS 검사결과(잠정) 및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했다.

    다양한 불완전판매 확인

    앞서 금감원은 홍콩 H지수 기초 ELS 상품의 대규모 손실발생과 관련해 지난 1월8일부터 11개 주요 판매사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한 바 있다.

    금감원 검사결과에 따르면 ▲판매정책·소비자보호 관리실태 부실 ▲판매시스템 차원의 불완전판매 ▲개별 판매과정에서의 다양한 불완전판매가 확인됐다.

    우선 판매사들은 H지수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기에 오히려 영업목표를 상향하고, 영업점에서 ELS 판매를 확대하도록 성과지표를 설계해 전사적으로 판매를 독려하면서도 일부 판매사는 동 상품의 판매한도를 상향하도록 리스크관리기준을 변경하고, 비예금상품위원회를 형식적으로 운영하는 등 금융소비자 보호에는 소홀히 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위험상품 투자에 적합하지 않은 고객에게 상품판매가 가능하도록 상품판매 기준을 임의조정한 사례도 확인됐다.

    일부 판매사들은 투자자 성향분석 시 필수 확인항목을 누락하고, ’손실감내수준 20% 미만‘․’단기투자희망‘ 등 고난도 장기위험상품에 부적합한 투자자에게 판매가 가능하도록 판매시스템을 설계한 경우가 발견되었으며, ELS 상품 판매시 설명해야 하는 손실위험 시나리오, 투자위험등급 유의사항 등을 누락하거나 왜곡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아울러 판매정책·판매시스템이 고객최우선 원칙이 아닌 판매사의 이익을 우선하도록 설계·운영됨에 따라 영업점의 개별 판매과정에서 다양한 형태의 불완전판매가 발생했으며, 안정적 성향의 투자자에게 투자성향을 상향하도록 유도하거나, 청력이 약한 고령투자자에게 상품내용을 ’이해했다‘라고 답하도록 요청하고, 영업점 방문이 어렵다는 투자자를 대신하여 투자성향진단설문지, 상품가입신청서 등을 대리 작성․서명하는 사례들도 발견됐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그동안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등 금융상품 제조·판매에 관한 법적 규제와 절차 등이 크게 강화된 바 있지만 이번 검사를 통해 이러한 원칙과 취지에 맞지 않는 부분이 다수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금감원장은 “특히, 일부 ELS 판매사들은 고객 손실위험이 커진 시기에도 판매한도 관리를 하지 않거나 성과평가지표(KPI)를 통해 판매를 독려함으로써 불완전판매를 조장한 측면이 컸다”며 “그 결과 본점의 상품 판매제도가 적합성원칙, 설명의무 등 판매원칙에 부합하지 않았고, 개별 판매과정에서도다양한 유형의 불완전판매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배상비율, 80세 이상 ↑ 재투자자 ↓

    이에 금감원이 마련한 분쟁조정기준(안)은 과거 DLF사모펀드 사태 등 대규모 분쟁사례에서의 처리 원칙과 방식 및 절차 등은 참고하되, 이번 ELS 손실사태의 특수성과 상품 특성, 판매채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과거 선례에 비해 보다 정교하고 세밀하게 설계했다는 게 금감원 측의 설명이다.

    배상안에 따르면 판매사 요인(23~50%)의 경우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등 판매원칙 위반 여부와 ▲판매정책 및 소비자보호 관리체계 부실 여하에 따라 결정된다.

    여기서 적합성의 원칙이란 금융회사가 금융상품을 권유할 때 소비자의 재산, 투자경험 등을 사전에 분석해 소비자의 성향에 맞는 상품을 권유할 의무를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불완전판매를 유발한 내부통제 부실이 발견된 경우, 정도에 따라 은행은 10%p(포인트), 증권사는 5%p 일괄 가중된다. 단 온라인 판매채널의 경우 내부통제 부실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을 감안해 은행 5%p, 증권사 3%p 가산 적용한다.

    아울러 ▲예적금 가입목적 고객 10%p↑ ▲금융취약계층(80세 이상 초고령자 등) 5~15%p↑ ▲ELS 최초투자 5%p↑ ▲자료 유지·관리 및 모니터링콜 부실 5~10%p↑ ▲비영리공익법인 5%p↑ 등에 따라 배상비율에 최대 45%p가 가산된다.

    반대로 투자자에게 책임이 있는 경우로는 ▲투자자의 과거 ELS 투자경험 ▲금융상품 이해도(금융권 종사자) 등에 따라 최대 45%p를 배상비율에서 차감한다.

    이번에 금감원이 발표한 배상안은 은행, 증권사 등 금융권의 자율배상을 위한 기이드라인으로 자율배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의 조정절차를 밟게 된다. 분조위 조정안마저 수용하지 않을 경우 판매사와 가입자간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손실 배상비율은 검사결과 확인된 판매사 책임과 투자자별 특성을 고려한 투자자 책임이 종합적으로 반영되도록 했다"며 "판매사 측면에서는 판매원칙 위반 정도가 크거나 소비자보호체계가 미흡할수록 배상비율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자 특성에 따라 고령자 등 금융취약계층, 예적금 가입 희망 고객 등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경우에는 배상비율이 가산되는 반면, ELS 투자경험이 많거나 금융지식 수준이 높은 고객 등에 대한 판매는 배상비율이 차감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금감원은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라 대표사례에 대한 분조위를 개최하는 등 분쟁조정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번 기준(안)에 따라 배상이 원활히 이루어져 법적 다툼의 장기화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어 이 금감원장은 “금융위원회와 함께 검사결과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ELS 등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제도를 종합적으로 진단해 제도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재발방지에 초점을 두고, 해외사례 연구 및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산업 발전을 균형있게 고려한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베타뉴스 박영신 기자 (blue0735@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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