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가계부채·성장 사이 고민 깊어진 한은, 6연속 동결…기준금리 ‘3.5%’ 유지


  • 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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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3-10-19 13:25:06

    가계부채·환율·물가·성장 '복합 위기' 불확실성 증폭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3.50%로 동결했다.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고 원·달러 환율도 11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보이는 등 추가 금리인상의 요인은 있지만 최근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고 있는 만큼 현 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당분간 시장 상황을 관망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보인다.

    ▲ 기준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한국은행의 '딜레마' 상황이 지난 1월 이후 9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10월 금통위 금리 결정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9일 오전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현재 연 3.5%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지난 1월 연 3.25%에서 연 3.50%로 0.25%포인트(p) 인상된 이후 6회 연속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인데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가계부채도 6개월 연속 증가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다만 물가상승률이 예상 경로에서 크게 이탈하지 않았다는 점, 최근 시장금리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금리인상 유인을 떨어뜨린다는 점 등을 감안해 금리를 동결한 것으로 보인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역시 추가 금리 인상 없이 현재의 고금리 수준을 장기간 유지할 것이란 관측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요인으로는 가계대출과 환율, 물가 불안이 꼽힌다.

    한은의 '2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62조8000억원으로 1분기 말보다 0.5%(9조5000억원) 늘었다. 빚을 내서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다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말 미국(기준금리 5.25∼5.50%)과의 금리 역전 폭이 역대 최대인 2.0%포인트(p)까지 벌어진 뒤 원·달러 환율 상승과 자금 유출 압박도 그 어느 때보다 크다.

    물가도 불안한 상황이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이 3.7%로 아직 한은의 전망 경로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으로 앞으로 유가가 빠르게 오르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은 다시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기에는 경기와 대출 부실 관련 위험이 크다.

    2분기 성장률(전 분기 대비 0.6%)이 1분기(0.3%)보다 높아졌지만, 세부적으로는 작년 하반기 이후 수출 부진 속에서 성장을 홀로 이끌었던 민간소비(-0.1%)마저 설비투자(-0.2%), 정부소비(-1.9%) 등과 함께 뒷걸음쳤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가 더 오르면 이자 부담 등에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는 위축되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을 중심으로 부실 대출 '폭탄'까지 터질 위험이 있다.

    한편 미 여준은 오는 31일(현지시각)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이번 금리 동결 결정에 따라 2%포인트를 유지하게 됐지만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격차가 커질 우려가 있다.


    베타뉴스 박은선 기자 (silver@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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