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심층인터뷰]'뉴코리아' 대표 윤은주 박사 “통일운동, 시민사회 기반해야..'서초포럼'이 초석될 것”


  • 유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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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2-06-04 19:54:28

    ▲ 윤은주 뉴코리아 대표가 서초동 한 카페에서 <베타뉴스>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베타뉴스

    [베티뉴스=유주영 기자] 통일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어떤 의미에서 통일담론은 개인에게 다가오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이념적 대립의 부산물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이런 궁금증에 대해 사단법인 뉴코리아(대표 윤은주)가 오는 6월 15일부터 7월 23일까지 서초구 비트빌딩에서 ‘요동치는 국제정세와 한반도’라는 주제로 ‘서초평화포럼’을 연다.

    서초평화포럼은 서초를 생활 기반으로 하는 통일, 국제관계 및 경제계의 주요인사들이 시민사회를 통한 통일 운동을 주도하는 것을 모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모임이다.

    <베타뉴스>는 이에 즈음해 ‘서초포럼’의 주관기관인 사단법인 ‘뉴코리아’의 대표 윤은주 북한학 박사를 만나 한반도 통일 담론과 인류애에 기반한 남북 협력 관계 해결 모색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 ©베타뉴스

    통일 운동가로서 시민사회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윤은주 박사는 이화여대 경영학과 84학번으로, 풀러신학대 선교학 MA 과정을 마치고 비교적 늦은 나이에 북한학 공부를 시작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방북했던 장상 전 이화여대 총장의 영향을 받아, 북한의 여성 교육을 지원할 비전을 가지고, 모교에서 북한학 박사과정에 입학했다.

    입학 후 6년 만인 2014년 박사 학위를 취득한 윤 박사는 논문 준비 과정을 ‘스폰지처럼 지식을 흡수하고, 책에 파묻혔던 시간’으로 회상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 등 한반도를 둘러싼 다각적인 국제관계는 물론 북한에 대한 정치, 경제, 역사 및 남북관계를 비롯한 통일 담론을 연구하고 싶었기 때문에 남들보다 박사 학위를 받는 시점은 늦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가 북한학 및 통일학에 관심을 갖게 된 데에는 신앙적 배경이 큰 몫을 차지한다. 어린 시절부터 기독교 배경 속에서 살며 참 기독교인이 되기를 소망했던 윤 박사는 현대한국사회에서 ‘화평케 하는 자’로서의 정체성을 깊이 묵상했고 한 민족이면서 70년간 갈라져 살아온 북한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에 관심을 갖게 됐다.

    현대 한국 사회를 ‘선교지’라고 생각했던 윤 박사는 분단 문제를 해결해야 인권이나 민주주의, 좌우 이념 갈등 등 우리 사회의 근본적 병폐를 해소할 수 있으리라고 판단했다.

    또한 좌우, 진보보수의 진영논리에 치우칠 수 밖에 없는 정치권보다는 시민사회에서 통일 담론을 논하고 해결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었다. 90년대 국제 사회를 강타했던 독일을 비롯한 동유럽 체제 전환을 연구하며 ‘시민사회의 미시적인 행위자’가 구조를 개혁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목격했다.

    그의 박사 논문을 편집 출판한 저서는 <한국교회와 북한인권 운동>으로, 기독교적 휴머니즘을 배경으로 한 통합의 방법론을 엿볼 수 있다.

    그는 통일 이전에 남남갈등과 남북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 사회가 ‘북한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대북관에 따라 통일에 대한 방법론도 큰 차이가 나는데 아직 우리는 통일관을 제대로 정립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윤 박사에 따르면 국제사회는 한반도 분단 구조 개혁이나 남북통일 해법에 큰 관심이 없다. 자국의 이해에 따라 움직이는 국제사회 속에서 남북통일은 주변국들의 우선 관심사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북관과 통일방법론은 남북이 이미 합의해오는 중이지만, 국제전이었던 한국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태로 있어서 남북관계 정리가 쉽지 않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북핵 문제가 걸려 있어서 더욱 어렵다고 했다.

    윤은주 박사는 북한 문제, 특히 핵문제를 극복해야 ‘국가의 대운’이 열린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개개인이 북한과 국제정치에 대한 인식은 물론, 시민 각자가 통일을 내 옆에 다가온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국제 정치 속에서 남북관계를 통찰할 수 있는 유수한 국내외 전문가들로부터 한반도 문제를 국제 관계 속에서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 ©베타뉴스

    서초구에서 20여년 이상 살며 서초를 제2의 고향이라고 말하는 윤 박사는 서초에서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서초포럼’을 열어 평화와 통일에 대한 제3의 길을 찾고 싶다고 했다.

    현실적으로 먹고사는 문제가 급한 우리 시대 젊은이들에게 윤은주 박사는 2030 세대야말로 통일이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이들의 진로 고민이 한반도 반쪽에 갇혀 있기 때문에 더 어렵다는 것.

    윤 박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세계시민’을 호명했다며 이제는 대한민국의 기상이 세계로 뻗어 나갈 때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전 세계 퍼져 살고 있는 720만 동포가 ‘평화 공공외교’에 앞장선다면 국민이 주체가 되는 국민외교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게 되고 이는 곧 한반도 평화를 넘어 세계 평화에 큰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에서였다.

    윤은주 박사는 우리 동포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공외교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포럼 등의 행사를 정례화하면서 자신의 네트워크를 촘촘히 연결해서 한반도 평화 완성에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은 기독교적인 배경 때문에 학생운동 대열에 합류하지 못했기 때문에, 민주화를 위해 희생했던 선후배들한테 항상 빚진 마음으로 살았다고 했다. 이후 기독교적 가르침을 바탕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한국 사회 속에서 어떻게 하나님의 나라를 추구하며 살 것인가’ 고민하게 됐다고. ‘민족 분단’이라는 근본 모순이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상황에서 결코 ‘하나님의 나라’를 추구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 ©베타뉴스

    남북 갈등의 또 다른 원인이 되고 있는 북한의 핵 문제에 대해서 윤 박사는 노태우 정부가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노태우 정부는 동구권이 무너질 즈음 북방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며 냉전 시대 적성국이었던 소련과 중국과 수교를 했기 때문에 외교적으로 북한을 월등하게 앞섰다고 평가했다.

    당시 북한은 위기의식에 빠져 체제를 보전하고자 미국, 일본과 수교를 하려고 했지만,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김일성 정권이 금방 무너질 것으로 판단해서 북한을 외면했다고 했다. 1992년 국제 담당 비서 김용순을 보내 미군 철수를 조건으로 하지 않을 테니 평화협정을 체결하자고 했지만 미국이 거절했다는 것이다. 이후 1990년대 제1차 북핵 위기 국면을 지나 2002년 제2차 북핵 위기시 국제사회가 비핵화 협상을 하고서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결국 2006년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하게 됐다고 봤다.

    하노이 회담 때에도 동일한 패턴이 반복됐다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물밑 거래를 도왔지만 마지막에 미국의 군산복합체 로비를 받는 강경파 볼턴이 거래 문턱을 높여버렸다는 것이다. 또한 당시 코언청문회가 한창 진행되는 상황에서 트럼프는 국내정치 여론에 더 큰 관심을 보였기 때문에 협상이 불발됐다고 했다.

    미국이 1990년대 초부터 북한에 백기 투항을 요구했지만, 북한의 내구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번번이 대북정책이 실패했다고 말하는 윤 박사는 북한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 ©베타뉴스

    남북관계 개선에 어느 정부보다 더 큰 관심을 가졌던 문재인 정부조차도 “문재인은 종북, 고정간첩이다”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듣고 있는 상황에서는 북한을 있는 그대로 소개하는 일조차 쉽지 않다는 것이다. 북한을 피상적으로만 파악해서는 미국을 설득할 수 없고, 동맹국인 미국을 설득할 수 없다면 결국 북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영향력도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북한이 미국을 직접 상대하려 한다면 우리 정부는 패싱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것.

    앞으로 보수든 진보든 우리 민족과 국가이익을 최우선으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윤 박사는 윤석열 정부가 외교적 성과를 내길 진심으로 성원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가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과 그 결과 채택된 남북기본합의서를 바탕으로 통일의 청사진을 새롭게 그려나간다면 큰 성과를 낼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이 ‘세계 시민’을 상대로 평화 공공외교를 펼친다면 한반도를 둘러싼 평화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베타뉴스

    윤은주 박사는 통일이란 과정임을 설명하면서 지금 당장은 북한이 핵을 보유하게 된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고 북한의 요구가 체제 안보라는 점을 유념해서 대북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을 잘 다룰 줄 알아야 국제사회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이 더 커진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이전 정부에서 북한을 직접 상대해 본 경험 많은 전문가들 중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서초 지역을 기반으로 한반도 평화 담론을 확대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윤 박사는 그동안 시민사회에서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디아스포라 한인 네트워크와 더불어, 한반도 평화완성을 위해 더욱 많은 시민들이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가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윤은주 박사

    뉴코리아 대표
    민화협 회원사업위원장
    민주평통자문회의 상임위원
    평통연대 이사
    조국을푸르게(OGKM) 이사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 이사
    평화의숲 이사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이사

    저서 <한국교회와 북한 인권운동>
    공저 <김정은 체제, 변한 것과 변하지 않는 것>, <통일한반도 주춧돌을 놓다>, <김정은 체제 10년, 새로운 국가 전략> 등

    ▲오는 15일부터 열리는 '서초평화포럼' 포스터 ©뉴코리아




    베타뉴스 유주영 기자 (boa@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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