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의료

돌아보고 쓰는 ‘우리들의 빛나는 500일’ 서울아산병원 155격리병동 코로나19 간호사 수기


  • 강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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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2-01-19 00:07:30

     

    ▲2022.01.19-돌아보고 쓰는 (우리들의 빛나는 500일) 서울아산병원 155격리병동 코로나19 간호사 수기 [그림]=서울아산병원 155 격리병동 간호사의 그림-라운딩은 구석구석 꼼꼼히(출처-우리들의 빛나는 500일) ©베타뉴스

    역대급 비호감 대선 후보들 이야기로 소란스럽고 방역 패스에 대한 찬·반 의견이 오가는 요즘,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코로나 격리병동에서 호흡기에 방역복까지 착용하고 한 시간에 수백 번 손 소독을 하는 간호사들의 노고는 잊힌 것일까? 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지난해 2021년 7월 17일, 서울아산병원은 155 격리병동에서 코로나 환자를 돌보던 간호사들의 경험을 담은 ‘우리들의 빛나는 500일’이라는 책을 내놨다.

    책 내용을 되짚어 보고 격리병동에서 헌신적이고 창의적인 간호사분들의 이야기들을 돌아보며 지금 우리 사회가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려한다.

    먼저 책에서 아산병원 155 격리병동은 2020년 3월 5일 문을 열었다고 쓰여 있다. 그리고 ‘우리들의 빛나는 500일’을 출판한 때는 2021년 7월 17일로서 격리병동이 문을 연 지 500일께를 맞은 때였다.

    책에 따르면 2020년 9월부터 155 격리병동이 COVID-19 확진자를 담당해야 하는 구역으로 변경됐다고 한다, 이어서 수도권 환자들이 급증하면서 국가지정 병상으로 전환되면서 간호사들은 서로 갑작스럽게 맺어진 동료라는 인연임에도 힘든 과정을 함께 겪은 이들이 있었기에 지금껏 힘을 얻고 일하고 있다고 쓰여있다.

    간호사들을 버티게 한 것은 언론의 칭찬이나 ‘엄지 척’ 캠페인도 아니며 그저 격리병동 현장에서 동료들의 도움과 배려에 감사를 느끼며 지금 현재까지 버텨 왔던 것이다.

    또한,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는 이유도 역시 “동료와 도움을 필요로 하는 환자 때문이다”라고 책에 표현됐다.

    지난 2018년에 입사해 격리병동에 근무하게 된 한 간호사는 ‘간호란 무엇일까?’라는 물음에 “사전적 정의와는 다르게 임상에서 간호는 너무 많은 것을 포함하고 무한하다고 느껴졌다”라며 “내가 알고 있는 것 중 가장 무한한 건 사랑이다”라며 질문에 대한 답으로“그래서 간호는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격리병동 분위기에 대해 “격리구역에 처음 들어섰을 때를 너무나도 고요한 나머지 정막마저 흘렀으며, 달 탐사를 위해 착륙한 우주인처럼 천천히 조심스럽게 움직였다”고 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500일이 되어도 끝나지 않은 코로나라는 긴 터널에 대해서 “혼자가 아닌 동료들과 함께 걷고 있기에 지치고 힘들 때마다 서로를 의지하여 지금까지 잘해 왔고,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라며 “오늘도 더운 날씨에 레벨 D를 입고 155 격리병동 가족들에게 조금만 더 힘내라고 응원에 말을 전하고 싶다”라고 했다.

    격리병동 간호사들은 일이 끝나도 혹여나 외부에서 바이러스가 묻어올까 봐 외식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155 격리병동 간호사들은 항상 갈증에 시달려 레벨D를 입고 근무하면 목이 너무 말라서 환자가 물을 마시는 모습에도 갈증이 조금은 해소되는 듯 대리 만족도 하고 있지만, 탈의 후 마시는 물은 그야말로 오아시스라고 쓰여있다.

    간호사 수기에는 다양하고도 평범한 격리병동 환자들에 대한 글도 실려 있다.

    2019년 입사해 격리병동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간호사는 복위 치료법까지 시행했지만 폐렴 증상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결국 가족들 동의하에 심폐소생술 거부를 받아, 이틀 쉬고 병동에 돌아왔을 때 돌보던 환자 이름이 모니터에 없고 수많은 의료기기로 가득 찼던 병실도 깨끗하게 정리돼 있었을 때는 온종일 가슴이 먹먹했다고 한다.

    격리병동에서의 임종은 더없이 슬퍼서 보호자와 함께 울음 짓는 일이 많다고 한다.

    이에 간호사는 너무나 당연하다고 여겼던 일상의 모든 순간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걸 보니, 155 격리병동에서 근무하게 된 것은 내게 큰 행운이라고 했다.

    급작스러운 격리병동 입원에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어린 학생에 관한 이야기도 쓰여 있다.
    격리병동에 들어오면서 가족과 대화를 거부한 어린 학생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을 고민하던 한 간호사는 대화를 해보기로 마음먹고, 근무 중에는 시간이 10분 이상 지속할 수 없어 근무 이후에 대화했다고 한다.
    가족에게 미안함을 보이는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나아가 부모님과 통화하고 웃음 짓는 모습을 보이게 됐음에도 결국 별이 되어 버렸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격리병동의 매우 급한 상황을 기록한 내용으로 자정이 되어 검사 결과를 확인하는데 이곳저곳에서 코로나 양성반응이 나왔으며, 앞방부터 검사 결과를 확인하는데 빨간 글씨로 ‘Positive’가 나왔으며, 간호사 스테이션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고 표현했다.
    코로나 연쇄 감염의 고리를 끊으려 노력했으며 그렇게 간호사들은 혈액 내과 환자들과 코로나의 긴 싸움이 시작됐다고 표현했다.

    2016년 입사한 한 간호사는 환자들에게 코로나라는 감염병 그 자체로 환자들이 느끼는 무기력함, 불안, 부정적인 사고, 섬망이 흔히 나타났다고 한다.

    간호사는 자신이 그동안 겪어온 불안, 섬망 환자를 대했을 때를 생각하면서 환자에게 차분하게 설명했지만 어떤 말을 해도 환자는 귀에 담지 않았고 간혹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고 한다. 중간중간 약을 쓰며 환자를 진정시켰지만, 약효가 끝나면 환자들도 다시 돌아왔다고 한다.
    간호사는 지쳐버렸고, 대화를 중단하고 탈관이나 낙상 등 안전 문제가 생기지 않게만 지켜보았으며, 간호사는 ‘내가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간호가 뭘까?’라고 기록했다.

    ▲2022.01.19-돌아보고 쓰는 (우리들의 빛나는 500일) 서울아산병원 155격리병동 코로나19 간호사 수기 [사진]=레벨D를 착용한 서울아산병원 155격리병동 간호사 뒷모습(출처:우리들의 빛나는 500일) ©베타뉴스

    한 간호사는 처음 레벨D를 입고 환자를 간호하는 것이 너무 생소하고 낯설었다고 토로했다. 숨쉬기 불편한 것은 당연하고 장갑을 낀 채로 환자를 치료했고, 4시간 동안 물 한 모금 먹지 못하고 화장실 가는 것도 잊어버렸다고 쓰여 있다.
    적응이 안 돼 일이 끝나면 타이레놀을 먹고 지쳐 잠자리에 들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COVID-19 환자라는 걸 부정하며 모든 간호 행위를 거부하는 환자도 있었고, 매번 ‘죽고 싶다’ 얘기하는 환자도 있고 우울해하며 며칠간 수면을 하지 못해 섬망이 생기는 환자도 있었다고 한다.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불안감을 표현하는 환자들을 간호하면서 자신도 함께 우울해지고 지쳐갔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의 작은 노력이 아무것도 하기 싫다고 했던 환자가 며칠 뒤에 걸어보겠다고 의지를 보여주는 모습에, 뭐라도 주고 싶다며 냉장고에서 방금 꺼낸 음료수를 손에 쥐여주는 모습, 퇴원 예정인 환자가 그동안 고마웠다며 제 손을 잡고 웃는 모습들로 보답받았다고 한다.

    책에는 함께 격리병동에 있었던 동료 간호사들에게 보내는 글도 있다.
    코로나 대응을 위해 24시간 핸드폰 메시지 확인을 위해 단잠을 뒤로 한 채 늘 긴장감 속에 있었던 동료를 기억하며 서로 격려하고 존경하는 모습을 전한 글들이었다.

    종양내과에서 4년 차 일하고 있던 간호사는 집에 있는 남편이 거동이 어려워 식사도 못 하고 거의 굶다시피 하고 있어서 당장 퇴원해야겠다는 노인 환자 이야기를 꺼냈다.
    환자는 산소요구도가 있어 입원이 필요했지만, 남편이 수술해서 단독주택 3층에서 계단 아래로 내려올 수 없을뿐더러, 집에 식자재가 부족해 남편이 식사를 충분히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러 방법을 고민한 끝에 이후 환자분의 이웃과 자녀의 도움으로 결국 남편의 식사 문제는 해결되었고 환자도 충분한 치료를 받아 퇴원할 수 있었다고 한다.

    간호사들은 코로나 환자의 임종은 일반 환자의 임종 과정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임종 과정을 혼자 받아들여야 하며, 갑작스럽게 겪게 된다는 것이다.
    코로나 환자의 임종기는 대부분 급성 임종기이며 가족과 환자 모두 임종 준비를 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도 환자가 임종 과정에서 외롭지 않게, 괴롭지 않게 느낄 수 있도록 간호사들이 역할을 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노래를 들려주기도 하며, 환자의 눈높이에 환자 가족사진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정말 환자를 위한 것이었나’를 스스로 물으며 회의감에 젖는다고 한다.

    한국어를 전혀 못 하는 외국인 환자에 관한 내용도 있다.
    간호사들은 원활한 소통을 위해 영어 회화 집을 찾아보고 분주했지만, 외국인이라는 면보다 한 인간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바뀌었고 외국인에 대한 걱정보다 환자에 대한 걱정으로 대상이 바뀌었다고 한다.

    간호사는 ‘COVID-19가 전 세계적 유행상황인데 왜 외국인 환자가 입원할 것을 생각 못 했을까’라고 회상했다고 쓰여 있다.

    2009년에 입사한 한 간호사는 감염관리실 선생님에게 SARS-COV-2 검사방법, 레벨D 착탈의 방법, 사망 환자 간호 등의 EIDT 교육을 받으며 사망 환자를 시신 백에 넣은 과정을 배우면서도 ‘이것을 내가... 사용하게 되는 날이 올까’라는 생각을 했었다고 한다.

    혼자 견뎌내야 하는 환자를 위해서 시간이 날 때마다 환자의 젊은 시절부터 가족 이야기까지 많은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한 환자는 “나와 사는 동네가 가깝다는 것을 듣고 언젠가 한 번은 봤을 수도 있겠네, 이런 게 인연이지, 또 나가면 언젠가 만날 수도 있고, 우리가 인연인 거야”라고 말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각난다고 했다.
    간호사는 환자의 이야기를 듣고 나눌 수 있는 지금이 너무 좋다고 했다.

    확진 환자의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하여 응급상황들도 많이 발생하지만, 평상시에는 혼자 견뎌내고 있는 환자들을 위해 처치가 없어도 환자 방에 자주 찾아가 소소한 환자의 말을 들으러 간다고 한다.

    우리들의 빛나는 500일 책 뒷부분에 책임간호사는 “갑작스러운 업무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어떠한 위치에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할 수 있었다.”라며 “우리가 겪은 500일의 시간은 그러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환자를 위하는 마음과 서로를 향한 배려와 협동의 순간들이었다. 예상하지 못한 위기 상황이었지만 누구도 주저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환자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보호했으며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가며 쌓아온 우리의 500일은 그 자체가 치열한 간호의 기록이었다.”라고 쓰여 있다.

    올해 1월 19일, 서울아산병원 155 격리병동이 문을 연 지 810여 일이 된다.
    219쪽의 간호사 수기 ‘우리들의 반짝이는 500일’은 비매품으로 아쉽게도 일반인은 볼 수 없지만, 열정에 헌신을 더한 간호사들의 치열한 시간을 엿보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불필요한 자기 자랑이 넘쳐나고 정치 이야기로 시끄러운 요즘, 묵묵히 어려운 길을 택하고 걸어가는 이들이 진정 이 사회를 지켜주는 이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중증 코로나19 환자를 보호하고 살릴 수 있는 마지막 일선인 격리병동에서 코로나 19를 이겨냈던 기록으로, 격리병동에서 근무했던 간호사분들이 모두에게 기억되길 바란다.


    베타뉴스 강규수 기자 (health@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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