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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의 끝은 어디에…계속된 악재에 고전하는 대한항공·아시아나


  • 곽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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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0-06-12 10:01:07

    © 연합뉴스

    [베타뉴스=곽정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의 경영악화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회생책마저 잘 풀리지 않는 분위기다.

    대한항공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추진 중인 자사 소유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매각 예비 입찰을 마감기한인 지난 10일까지 진행했지만 아무도 참여하지 않아 무위로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삼정KPMG-삼성증권` 컨소시엄 주관으로 진행한 송현동 부지 매각 예비입찰에서 마감기한까지 아무도 입찰의향서(LOI)를 제출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예비입찰에서 어떤 기업도 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은 배경으로 서울시의 송현동 부지 공원화 결정안 자문 상정을 꼽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27일 열린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바꾸는 내용의 결정안 자문을 상정했다.

    이어 이달 초에는 부지 보상비로 4,671억여원을 책정해 2022년까지 나눠서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이 부지보상비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대한항공의 입장이다. 대한항공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1조2,000억원을 지원받았지만, 내년 말까지 2조원의 자본 확충이 필요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송현동 부지에는 5~6곳의 기업이 매입을 검토했지만, 서울시의 공원화 계획이 발표되자 다들 손을 떼버렸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이로써 고용불안이 커진 대한항공 직원들은 반발이 큰 상황이다. 부지 매각이 되지 않으면 자금 여력이 부족한 대한항공은 결국 자금 충당을 위해 사업부를 매각을 검토하게 될 것이고 이에 따른 구조조정 수순은 필연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노조는 11일 서울시청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에 대한 족쇄를 풀어, 경쟁입찰을 통해 합리적인 가격을 치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대한항공의 경영 정상화와 고용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대한항공은 일단 남은 매각 절차를 계획대로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송현동 부지 매각작업이 꼬여가는 상황에서 왕산레저개발 지분, 칼호텔네트워크 소유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토지 등의 처분에 집중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한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에 해외기업결합심사 미승인을 이유로 거래 종결일을 무기한 연기한 데 이어, 채권단에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갈등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은 지난 9일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부채, 당기순손실이 급증한 상황과 지난 4월21일 아시아나항공이 HDC현산 측에 긴급자금 1조7,000억원 추가 차입 및 차입금의 영구전환사채 전환, 정관 변경 등을 통보하고는 다음 날 사전 동의 없이 이사회를 열어 추가 자금 차입을 승인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HDC현산은 계약 체결일 이후 발생한 상황들에 대해 4월 이후 두 달간 약 11회에 걸친 공문을 아시아나항공 측에 보냈지만 신뢰할 수 있는 충분한 공식적 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는 상황들이 발생했다며 주채권단인 KDB산업은행에 인수 조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해달라고 요구한 상황이다.

    이에 채권단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반발하고 있다.

    채권단은 HDC현산 측에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해달라고 강조하며 인수 확정 조건에 관한 협상에 적극 임하라고 비판했다.

    채권단인 KDB산업은행은 10일 채권단 입장자료를 통해 "효율성 제고 등의 차원에서 이해관계자 간 논의가 진전될 수 있도록 현산 측이 먼저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해 달라"면서 "향후 공문 발송이나 보도자료 배포가 아닌 협상 테이블로 직접 나와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해달라. 서면으로만 논의를 진행하는 것의 한계가 있음에도 현산 측이 서면을 통해서만 논의를 진행하자는 의견에는 자칫 진정성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말을 아꼈던 아시아나항공도 목소리를 냈다. 아시아나항공은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HDC현산이 언급한 재무 상태의 변화, 추가 자금의 차입, 영구전환사채의 발행 등 사항에 대해 거래 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신의 성실하게 충분한 자료와 설명을 제공하고 협의 및 동의 절차를 진행해 왔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2019년 12월27일 거래 계약 체결 이후 지금까지 성공적인 거래 종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으며 앞으로도 당사가 거래 종결까지 이행해야 하는 모든 사항들을 성실하게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항공업계의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두 업체가 현재의 좋지 않은 분위기를 잘 풀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베타뉴스 곽정일 기자 (devine777@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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