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경영 간섭위한 것 아니라 불필요한 경쟁 막고 소통 창구 마련 위한 것" 요청
정부 "공식적으로 건의해야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주장

[베타뉴스=정순애 기자]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낙하산 의혹으로 지금은 사라진 발전회사(한국남부·중부·남동·동부·서부발전)들의 당연직 비상임이사 선정 권한 회복을 요구한 것과 관련, 주무 부처인 정부(산업통상자원부) 측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전이 발전회사들의 당연직 비상임이사 선정 권한 회복을 요구한 것과 관련 "한전의 공식적 요청이 없었다. 미리 검토할 사안이 아니다. 공식적으로 건의해야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발전회사들의 당연직 비상임이사 선정 권한 여부는 한전 의지에 따라 결정된 것이 아니라 과거 연장선상인 전력산업구조 개편과 맞물려 진행중인 사항이다. 관련 언론 보도도 사실이 아니다. 한전의 일방적 의견만으로 검토하고 들어준다는 식으로 작성, 보도됐다. 단순히 기사화된 것만으론 검토하지 않는다"며 유감을 표했다.

이에 대해 한전은 경영 간섭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경쟁을 막고 소통 창구를 마련하기 위해 이같은 요청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전 관계자는 베타뉴스의 취재에 "전력산업개편후 약 20년간 한전과 발전회사가 분리돼 있어서 함께 해외 사업에 진출해 시너지를 내던 때와 달리 해외 사업 입찰에 참여하면 경쟁자가 되거나 중복투자 등을 하게 된다. 공식적인 간담회, 회의 형식 자리를 마련하지 않으면 서로 의견을 묻는 자리를 만들기 쉽지 않다. 이때문에 불필요한 경쟁을 막고 소통 창구를 마련하기 위해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발전회사들 당연직 비상임이사 선정 권한보다는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공식적으로 요청하거나 문서, 공문을 보낸건 아니다.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협의하고 의견 주고 받고 논의중이다. 전력산업개편 평가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는 의견이 나오면서 이같은 이야기도 나온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전의 이번 언급에 대해 발전자회사들에 대한 당연직 선출 시 경영 독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앞서 지난해 말 한전은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등에게 발전 자회사들에 대한 당연직 비상임이사 선출 과정에서 자사 직원을 자동 선임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한전은 2011년 발전 자회사들인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서부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남동발전, 한국동서발전 등이 시장형 공기업으로 독립되기 전 이들에 대한 당연직 비상임이사 선출 권한이 있었다.

그러다 2011년 전력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당시 이명박 정부는 화력 발전 5개사인 한국남동발전, 중부발전, 서부발전, 남부발전, 동서발전 등이 시장형 공기업으로 지정되는 안건을 담아 ‘전력산업 구조개편안’을 발표, 실행했다. 발전 자회사들이 독립된 공공기관이 되면서 비상임이사 낙하산 논란이 이어지던 발전사들의 당연직 비상임이사직에 대한 한전 권한은 사라짐과 동시에 경영 계약과 평가 주체가 한전에서 정부로 변경됐다.

상시 업무에 종사하지 않는 공기업 사외이사인 비상임이사는 대주주 견제를 위해 전문성 및 독립성을 바탕으로 내정하는데 한전의 기술이나 원자재 제공, 계약이나 임원을 파견해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이유로 낙하산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이때부터 한전 자회사인 국내 화력 발전사 5곳 비상임이사는 정부 권한에 따라 선출, 임명되고 있으며 한전은 발전 자회사들 독립성 보장 범위 내에서 최소한 개입만 하고 있다.

베타뉴스 정순애 (jsa9750@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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