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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상의 法칼럼] 코로나19보다 두려운 것

  • 곽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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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0-03-20 11:30:07

    ▲ 원격영상재판이 열리는 대구고법의 모습. © 연합뉴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모든 일상이 정지된 느낌을 받는다. 학교 개학이 연기되고 아이들의 어린이집도 휴원을 하고 재택근무를 하거나 출퇴근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회사들도 늘고 있다.

    법조계도 마찬가지이다. 필자는 의뢰인에 대한 경찰조사 예정일 이틀 전, 해당 경찰서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조사가 예정대로 진행되는지 문의를 하려다가 변호사가 겁만 많다는 얘기를 들을까 전화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담당수사관으로부터 조사를 미뤄야겠다는 전화가 왔다. 언제쯤 일정을 잡을 건지 물었더니 조사기일을 정할 상황이 아니라며 양해를 부탁했다.

    재판 일정도 미뤄지고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지방재판의 경우 ‘코로나19에 대한 우려 때문에’라는 사유로 재판 연기를 신청하여 기일이 연기되곤 한다. 바이러스가 이 정도의 위력을 떨칠 정도가 아니라면 차마 재판연기를 신청할 수 없는 사유이다. 대구에서 변호사 개업을 한 선배는 서울 재판이 잡히자 ‘대구에서 개업하는 변호사로 코로나19 때문에 서울에 올라가기가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기일 연기를 신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구, 경북에서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을 생각하면 이러한 일은 아무것도 아니다. 의료진 부족, 의료복 부족, 병상 부족, 마스크 부족으로 현장은 거의 전시상태이고, 마스크를 사기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는 장면도 이제는 흔하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늘 그렇듯이 이속을 챙기는 사람들도 있다. 마스크 가격을 대폭 올려 폭리를 취하고, 홍보수단으로 이용하고, 매크로를 돌려 마스크를 대량 구매하여 다시 높은 가격에 재판매를 하고.

    국가적으로 어려운 이 시기에 우리는 과거 목격하던 것들을, 원하지 않지만 되풀이하여 보고 있다. 무언가 한 발짝 늦는 모습을 보이는 지자체와 정부, 모든 것을 정부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진영과 반대로 정부의 모든 것을 찬양하는 진영의 여론전, 확진자의 공개된 동선을 조롱하며 벌이는 인격살인 행동 등. 코로나19에 걸리면 죽을까 걱정되는 것이 아니라 확진자로 낙인찍히고 동선이 공개되어 조롱받는 것이 더 무섭다는 말은 더 이상 단순한 농담이 아니다.

    최근 코로나 사건을 예언이라도 한 듯한 스토리 때문에 영화 ‘컨테이전’이 인기이다. 이 영화에서도 선제적 방역으로 인한 감염 차단과 과도한 공포심 및 경제 위축 제거라는 상반된 입장이 대비된다. 영화를 보는 관람객이라면 대다수 쉽게 정답을 찾지만 현실은 또 다르다. 아니 영화 속에서는 답이 이것이라고 하는 사람조차 현실에서는 조금의 의심도 없이 다른 얘기를 한다.

    중세 마녀사냥으로 사람을 잔인하게 죽은 뒤 죄의식 없이, 나아가 소명의식을 가지고 종교집회에 참석했던 사람들도 당시 자신의 행동이 광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 사회는 어떤 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앞으로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그 원인을 규명하거나 대처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기 보다는 비난의 대상을 만들기 급급했다. 대중의 분노를 받아줄 무언가가 필요했고 사람들은 그 대상을 절벽 끝까지 밀어붙이곤 했다. 그러한 과정에서 돌아오는 것은 반복적인 재난일 뿐이다. 코로나19를 방역하고 환자들을 치료하는 것도, 내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NK법률사무소 고영상 변호사

    ▲ NK법률사무소 고영상 변호사. © 베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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