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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우 기자의 설날 장보기] 광주 말바우시장을 찾아서


  • 조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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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0-01-21 20:43:48

    ▲말바우시장을 찾은 손님들이 설차례상을 준비하러 생선을 고르고 있다/조희우 기자

    [광주베타뉴스=조희우 기자] 우리나라 최대 명절인 설날을 며칠 앞둔 22일 광주 말바우시장을 찾아 장보기에 나섰다.

    설빔을 곱게 차려입지는 않았지만, 불경기가 계속되니 서민들은 시름이 한층 쌓여가도 차례상을 준비하고 가족들의 입맛을 돋우려 상차림 준비로 말바우시장은 더 붐빈다.

    오가는 사람들 저마다 시장 상인들의 미소 띤 얼굴을 대하며 값을 치르고 가져온 장바구니에 어느새 가득 채우더니 작은 검정비닐봉지도 양손에 주렁주렁 걸고 시장을 헤집는 모습이다.

    ▲말바우시장에서 선보이는 콩나물, 시금치, 햇마늘 등 온갖 나물들/조희우 기자

    아마도 나물이며 차례상에 올릴 떡이고 여러 가지 맛난 음식을 만들려는 채비를 갖췄으리라.

    이는 요즘 세상살이가 아무리 핵가족 시대이고 부모가 자식이 힘들 세라 서울로 올라간다고 하지만 고향을 찾아 가족들이 얼굴을 맞대는 모습을 미리 떠올리며 시장서 발품을 팔아도 즐겁기만 하다.

    그래서인지 서울서 내려올 자식들을 맘에 품고서 말바우시장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가게들이 선보이는 물건을 살펴볼 때면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에 눈물이 핑 돈다.

    그때는 변변한 가로등마저 없는 집대문 밖을 한참 지나친 캄캄한 동네어귀에서 자식들을 위해미리 만들어 놓은 음식이 식을까 차 소리와 불 빛 만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계셨을 부모님의 마음을 이제는 조금은 알 것 같다.

    ▲"소고기 들여가세요" 말바우시장 정육점 모습/조희우 기자

    울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코다리찜과 홍어, 육전 그리고 곶감도 먹음직스럽게 그릇에 가득 담아 내입에 먼저 들어가야 당신도 숟가락을 드셨다.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명태에 콩나물, 미나리, 고추 등 온갖 양념을 넣어 알맞게 쪄낸 코다리찜 그 맛을, 엄마의 솜씨를 흉내나 낼 수 있을까? 

    서울서 내려올 애들을 생각하며 말바우시장 이곳저곳을 헤매다보니 울 엄마도 시골장을 몇 번이라도 다녀오셨을 것이다.

    말바우시장 정육점, 건어물, 채소, 떡집, 생선가게를 거쳐 온 내손에도 소고기 전감에다 재래 김, 콩나물, 고사리, 시금치, 두부, 한 살을 더 먹으려 떡국 한 봉지, 반 건조된 명태 코다리 등이 들어있는 검정비닐봉지 5개가 내 손에 매달려 설날을 준비한다.

    ▲말바우시장은 장보다 배고프면 오뎅국물에 호떡이 최고에요/조희우 기자

    더구나 땅콩이 하나둘 씹히는 구수하고 달콤 쫀득한 호떡 굽는 내음에도 다른 사람들의 손에 움켜쥔 호떡을 그냥 쳐다 만 보고 만다...담에 오면 호떡 먼저 사먹고 시장 봐야지.

    따끈한 국물에다 살코기도 풍성한 국밥에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순대, 잡채튀김, 육전과 동태전이 나를 부르고 유혹하지만 울 엄마처럼 애들이 좋아하는 설음식을 내놔야하는 설 급한 마음에 발걸음을 멈출 수 없다.

    말바우시장은 2, 4, 7, 9일 한 달에 장날이 12번 열리고 인근 담양, 곡성, 장성, 화순군은 물론 전북 고창, 순창군 등에서 직접 경작 재배한 농산물을 내다 팔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광주시 북구에 자리한 재래시장이다.

    ‘말바우’는 바위의 사투리인 ‘바우’에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을 지낸 광주출신 김덕령 장군이 타던 말이 얼마나 힘이 세던지 발굽이 바위에 찍혔다해 ‘말바우’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고 입으로 전해오고 있다.


    베타뉴스 조희우 기자 (heewu34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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