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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낳으라'는 정부에 신혼부부 "대출 갚기도 힘든데…"


  • 곽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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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9-12-13 10:08:31

    © 연합뉴스

    [베타뉴스=곽정일 기자] 정부가 결혼한 신혼부부들에 출산을 장려하고 있지만, 경제적 이유로 아이를 기피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5월에 결혼한 서울에 사는 김모씨(32)는 13일 베타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갚아야 할 대출이 있는데 아이를 낳기가 두렵다"며 "예전 남편과 실제로 아이를 낳았을 경우 들어갈 비용에 대해 예상해서 계산해본적이 있는데 그렇게 되면 집도 줄여야 하고 지금보다 최소 수익이 2배는 더 들어와야 생활이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아이를 낳고 키우면 그때부터는 저축은 커녕 있는 돈도 더욱 써야 할 판인데 빚이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그럴 수(아이를 낳을 수)가 있겠나"라며 "나라에서 누리과정 등으로 보육을 지원해준다고 하지만 신청 절차도 까다롭고,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신혼부부 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최근 5년 내 혼인 신고한 초혼 신혼부부는 105만 2,000쌍이고, 금융권 대출 중간값(금액을 나열했을 때 가운데 위치하는 값)은 9,684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7년 중앙값 8,625만원보다 1,059만원(12.3%) 늘었고, 2016년(7,778만원)에 비해선 1,906만원(24.5%)이나 증가한 수치다. 지역별로는 세종이 1억 1,826만원으로 빚이 가장 많았고, 서울(1억 1,744만원)과 경기(1억 460만원) 순이었다. 빚을 가장 덜 지고 신혼 생활을 시작하는 곳은 전남으로 중간값이 6,700만원이었다.

    신혼부부 한 쌍당 출생아 수도 2017년 0.78명에서 지난해 0.74명으로 떨어졌다. 서울이 0.62명으로 가장 낮았고 전남(0.89명)과 전북(0.86명), 광주(0.84명) 등이 상대적으로 출생아 수가 많았다.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일각에서는 대한민국 신혼부부의 출산율이 낮은 이유가 이 같은 신혼부부들의 금전적인 부담에 있다고 강조한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녀의 양육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정부의 자녀양육 정책이 마련된다면 어쩌면 출산율의 반등이 이뤄질지도 모를 일"이라고 밝혔다.

    통계청 관계자는 "대체로 빚이 많은 지역의 출생아 수가 가장 낮다"면서도 "세종시는 빚이 가장 많음에도 출생아 수가 평균보다 높은 건,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이 많아 출산·육아 휴직 후 복직은 물론 보육 관련 지원이 탄탄해 이런 결과를 낳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베타뉴스 곽정일 기자 (devine777@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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