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반도체 ARM 중국법인, 독자 기술 개발에 주력...왜?


  • 조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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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9-12-05 14:32:34

    © 연합뉴스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암(ARM) 홀딩스의 중국합작법인이 최근 자국 내 사업 영역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4일 암의 중국합작회사인 '암 차이나'가 인력을 1년 반 만에 2배로 늘리고 독자 기술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고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또 오는 2025년까지 영국 본사 매출을 넘어서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증시 상장도 시야에 두고 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암 차이나의 실 주주는 중국 국부 펀드로,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자국 내 반도체 산업을 강화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도가 엿보인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암은 모바일 기기용 프로세서의 핵심인 '코어'를 설계하는 회사로 이 분야 세계 시장 점유율 무려 90% 이상이다. 때문에 굴지의 대기업들도 암의 원천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암과 거래하는데 미 정부의 규제나 제약은 없지만 미국 정부가 규제 강화에 나서면 중국 기업 측에 기술 공급은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암은 일본 소프트뱅크그룹(SBG)이 지난 2016년 인수했으며 지난해 중국 광둥성 선전 소재 '암 차이나'의 주식 51%를 중국 국부 펀드 등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에 매각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암 차이나는 이후 사업 영역을 급속히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말 현재 341명이었던 직원 수는 최근 약 600명까지 늘었다. 이 가운데 약 500명은 기술 인력으로 확인됐다.

    그는 암차이나가 독자 기술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전에는 암이 보유한 기술 라이선스를 중국 클라이언트에게 제공하는 업무에 주력했지만 지금은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관련 기기 등 4가지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20~30개 회사에 제공하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독자 개발한 '산해(山海)'라는 이름의 데이터 보안 시스템이다. 산해는 민감한 데이터 유출 등을 막는 역할을 하는데, 중국 정부가 규정한 암호화 기술 기준에도 대응하고 있다. 화웨이의 반도체 자회사 하이실리콘 등이 주요 고객으로 알려졌다.

    암 차이나는 오는 2021년 중국 증권거래소에 상장하고, 2025년에는 영국 암 본사 매출을 넘어서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때문에 향후 암으로부터 독립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암 차이나의 주주 구성도를 살펴보면 51%의 지분을 보유한 컨소시엄의 실질 주주는 중국투자공사(CIC)와 실크로드 기금 등 유력국부 펀드다. 여기에 인터넷 대기업인 바이두도 주주 명단에 포함되어 있다.

    그야말로 '중국 국가 프로젝트'로 봐도 손색이 없다는 게 이 신문의 설명이다. 실제 암 차이나 관계자는 "우리의 목표는 중국이 개발한 독자 기술이 전 세계를 선점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 2015년 내놓은 첨단 산업 육성 방안을 내놓은 중국 정부의 방침을 중국 국부 펀드도 따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5월 미 상무부는 화웨이에 대해 사실상 금수 조치를 내렸다. 암의 이언 스미스 부사장은 "미국의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며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시사했다.

    암이 미국에 연구 개발 거점을 두고 있어 '미국산 기술이 시장 가치의 25%를 넘으면 규제 대상이 된다'는 미국 기준에 저촉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암은 10월 화웨이와의 거래를 계속할 뜻을 표명했다. 법률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기술 기준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암 차이나가 독자 개발한 기술은 소수에 불과하고, 거의 대부분은 암 본사가 가진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다만, 미국산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중국 자체 개발한 기술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향후 미국의 중국 견제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베타뉴스 조은주 (eunjoo@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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