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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기업에 이사 해임요구권 요구…'기업 횡령·배임 근절'


  • 곽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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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9-11-14 10:46:04

    ▲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국민연금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 및 경영참여 목적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 연합뉴스

    [베타뉴스=곽정일 기자] 국민연금이 기업의 횡령이나 배임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해당 기업에 이사 선임 및 해임 등의 요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최경일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장은 13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가이드라인 공청회에서 `경영 참여 목적 주주권행사 가이드라인(안)`을 공개했다. 공개된 안에는 집중투표제를 활용할 수 있도록 기업의 정관 변경, 사외이사 선임 등에 집중투표청구권을 행사하는 안이 주주제안의 예시로 실렸다.

    최 과장은 "국민연금의 장기 수익과 주주 가치를 높이고, 주주활동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며 "그동안 단계별로 강도를 높이는 방식을 취했다면 이번에는 기업 상황에 맞춰 필요한 주주제안을 하게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집중투표제도는 기업에서 2명 이상의 이사 선임 시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투자가나 소액주주들이 대주주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이사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는 제도이다. 예를 들어 최대주주가 K를 지지해도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이 의결권을 집중해 A 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 집중투표제가 실행되면 국민연금은 기업의 경영에 쉽게 관여할 수 있게 된다.

    공청회에 참석한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국민연금이 경영 개선 노력을 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 이사 선임·해임까지 하기로 했는데, 지금과 같은 구조에선 국민연금 측이 제안한 내용이 통과되지 않을 가능성이 99%"라며 "그나마 이를 실현 가능하도록 만들 수 있는 제도가 집중투표제이고, 이를 도입해야 이사 선임·해임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국민연금은 횡령이나 배임 등 유죄가 확정될 경우 상법에 따라 이사 자격을 박탈하는 `이사의 자격`조항과 내부거래, 내부통제, 준법경영을 담당하는 위원회를 이사회에 설치하는 조항을 정관에 넣도록 요구한다.

    이외에도 ▲특정인을 사외이사나 감사로 선임 요구 ▲임시주총 소집 청구 뒤 법령위반에 관련된 이사 해임 상정 ▲임원보상정책 및 공시를 담당하는 위원회 설치 등을 요구하게 된다.

    국민연금은 기업의 배당정책, 임원 보수 한도 적정성, 법령 위반 우려 등의 중점관리 기업이나 책임투자 평가에서 2개 등급 하락한 기업을 대상으로 비공개 대화와 공개 대화를 차례로 추진하되 개선되지 않거나 그런 노력이 없으면 경영 참여 주주권을 행사한다.

    가이드라인에 대해 일각에서는 `과도한 규제`라며 개별 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서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박재홍 김앤장법률사무소 전문위원은 "이번 가이드라인은 일종의 연성규범으로, 제도 도입 초기에 경성규범보다 기업이 더 과하게 무서운 규범으로 역할을 하게 될 수 있다"며 "초기 제도정착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톤 다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곽관훈 선문대 경찰학과 교수도 "기금운용의 기본 목적은 안전성과 수익성이지, 경영 참여나 지배구조 자체가 아니다"라며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도, 기금운용위원회도 투자 전문가로 이뤄져 있지 않아 수익성과 안전성을 고려한 최선의 판단을 내리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동구 변호사는 "기업의 배당정책 수립, 임원 보수 한도의 적정성, 횡령·배임·사익 편취를 판단하는 데 얼마나 대단한 전문성과 외부 의견이 필요하겠느냐"며 "경영에 방해된다는 것은 기업의 엄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의 캘퍼스(CalPERS)는 중점관리기업의 주가가 1987년부터 2004년까지 크게 올랐다"며 "단순히 배당, 이사보수, 횡령이나 배임 금지로 경영이 좋아지는 것이고 이걸 확실하게 하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홍원표 민주노총 정책국장도 "주주권 행사는 규범이 아니며 상대방에 대한 규제라기보다 불법을 저지르면 그만큼 책임을 지라는 것"이라며 "오히려 액션을 빠르게 취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타뉴스 곽정일 기자 (devine777@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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