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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장님, 감쪽같죠?


  • 곽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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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9-11-01 10:05:18

    ▲ 영화 박화영의 예고편 한 장면. © 인터넷커뮤니티 갈무리

    [NK법률사무소 나종혁 변호사] 치킨집을 운영하는 A는 손님으로 온 B와 C에게 생맥주와 소주 1병, 안주를 팔았다. 그런데 사실 B는 18세, C는 16세로서 청소년이었다. 치킨집 사장님 A는 어떠한 처벌과 불이익을 받게 될까.

    청소년보호법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주류의 판매를 금지하고(제28조 제1항, 제2조 제4호 가.목), 업주에게 손님의 나이 및 본인 여부를 확인할 의무를 부과하는 한편(제28조 제4항), 이를 지키지 않았을 때에는 업주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무려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함으로써, 청소년을 보호하고 있다(제59조).

    특히 식품위생법은 청소년에게 주류를 판매한 업주에게 영업정지 등의 처분을 부과함으로써 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있다(식품위생법 제44조 제2항 제4호, 제75조).

    위 사건으로 돌아가 보자. 이 사건은 반전의 연속이다. A는 변호사인 글쓴이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며, B가 청소년이 아니라 성년(1997년생)에 해당하는 신분증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비하여 B는 A가 신분증 검사를 아예 하지 않았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그런데 수사과정에서 청소년 B가 사장 A의 치킨집에 왔을 때 성년(1997년생)에 해당하는 타인의 신분증을 가지고 있음이 드러났다. 그러나 청소년 B는 여전히 1997년생 타인의 신분증을 가지고만 있었을 뿐, 치킨집 사장인 A가 신분증 검사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필자는 변호인으로서 B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점, 즉 청소년 B가 사장 A에게 자신이 아니라 성년(1997년생)인 타인의 신분증을 제시하였음을 입증해야 했다. 그래서 법정에서 B와 C를 모두 증인으로 신문했다.

    B는 출석을 거부했다. 청소년 C는 "B가 A에게 신분증을 보여주기는 했는데, 어떤 신분증을 보여주었는지는 못 봤다고 하면서도, A가 B로부터 신분증을 제시받고는, C에게 B의 출생년도가 아니라 1997년생이 맞느냐고 물어봤다"는 결정적인 증언을 했다.

    이는 B가 사장 A에게, 자신이 아니라 성년(1997년생)인 타인의 신분증을 제시했을 때에만 나올 수 있는 질문이었다. 결국 A의 말이 사실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C는 유난히 체격이 좋아 도저히 16세로 보이지는 않았기에 키와 몸무게도 물어 알아냈다. 그리고 C의 증언을 통해서 B가 당시 화장을 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이제는 B를 법정에 불러내어 물을 필요가 있었다. B는 여전히 자신은 성년(1997년생)인 타인의 신분증을 보여준 적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필자는 B가 A에게 신분증을 보여준 사실은 인정하고 있으니, B의 신분증을 보여줬다면 A가 B와 C에게 술을 팔았겠느냐고 물었다. B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못했다. 결국 A는 무죄선고를 받고 영업정지도 당하지 않게 됐다.

    청소년은 우리 사회의 미래로서 마땅히 보호의 대상이고, 그들이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러나 현행법과 같이 업주만을 처벌하고 청소년을 전혀 처벌하지 않는 것은, 청소년에 대한 주류 등의 판매를 근절할 수 없고 오히려 조장하는 측면마저 있다고 생각된다.

    자기 행위에 대하여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데 어떻게 경각심을 가질 수 있겠는가. 중학생, 고등학생만 되어도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고, 그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그리 어려운 판단영역에 속하지도 않는다. 심지어는 경쟁업체가 사주하여 청소년으로 하여금 인근 업체에 가서 술을 사게 하고는 신고하는 경우마저 있다.

    이에 비해 작은 가게의 사장님들은 영업정지를 당하면 당장 가게 문을 닫아야 하거나 생계에 커다란 위협이 생길 수 있다.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그리고 실질적인 청소년 보호가 가능하도록, 균형 있는 법률개정이 있기를 기대한다.

    나종혁 NK법률사무소 변호사 © NK 법률사무소


    베타뉴스 곽정일 기자 (devine777@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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