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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헤지펀드’에 찬 바람 불 전망...1위 라임자산운용 대규모 환매 중단 조치


  • 조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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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9-10-09 19:46:24

    지난 몇 년간 승승장구했던 ‘한국형 헤지펀드’에도 찬 바람이 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 헤지펀드 1위 라임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 조치로 헤지펀드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9일 한국경제에 따르면, 이번 라임운용의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로 그동안 승승장구했던 한국형 헤지펀드에 대한 신뢰가 상당 부분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5년 3조4000억원에 불과했던 한국형 헤지펀드는 정부의 규제 완화와 고액 자산가들의 열광적인 지지 등에 힘입어 지난 8월 말 35조3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그러나 8월 증시 급락에 따른 수익률 악화와 라임운용의 편법적인 수익률 조작 의혹 등 악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9월 말 현재 순자산이 34조9000억원으로 뒷걸음질했다. 한국형 헤지펀드가 도입된 이후 순자산이 감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7년 9월 순자산 1조원에서 2년 만인 지난 4월 5조원을 돌파하는 등 성장가도를 달렸던 라임운용 역시 8월부터 지속적인 환매로 운용 규모가 쪼그라들면서 9월 말 현재 4조9000억원으로 주저앉았다.

    이번에 환매가 중단된 ‘라임 플루토 FI D-1호’(약 9000억원)와 ‘테티스 2호’(약 2000억원) 펀드는 각각 사모사채와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지닌 상품) 자산을 주로 담고 있다.

    사모사채는 공모사채와 달리 운용사가 채권 발행회사와 직접 인수계약을 맺기 때문에 수익률 등의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지만 시장성이 낮아 장내 매각 등을 통한 현금화가 쉽지 않다.

    CB와 BW도 대부분 1년에서 1년6개월 이후 전환가격 대비 주가가 상승했을 때 주식으로 전환해 매도할 수 있기 때문에 최근처럼 증시가 하락했을 땐 만기(일반적으로 3년)까지 보유하는 게 오히려 낫다.

    문제는 라임운용이 이처럼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을 개인투자자에게 환매가 자유로운 개방형 펀드로 팔았다는 점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사모사채나 메자닌은 유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개방형 펀드로 부적합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라임운용 측은 이 같은 문제를 재간접 방식을 통해 해소하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즉 사모사채와 메자닌에 투자하는 모펀드를 조성하고 모펀드에 자금을 투입하는 자펀드를 여러 개 만들어 개인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는 것이다. 자펀드의 설정 시기와 금액이 모두 다르고 환매 요청이 일시에 들어올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개방형 펀드로 운용하더라도 운용사가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환매가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라임운용 관계자는 “CB·BW는 대부분 코스닥 기업이 발행한 것들인데 8월 코스닥시장 폭락으로 관련 기업의 주가가 크게 낮아지면서 주식 전환이 어렵게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환매 요청이 급증하면서 누구는 환매해주고 누구는 해주지 않아 수익자 형평성을 위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2011년 말 처음 등장한 한국형 헤지펀드는 시황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올 들어 증시 급락에다 라임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 사태까지 겹치면서 전체 운용업계에 대한 신뢰 위기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최근 시중은행의 불완전 판매로 수많은 개인투자자가 고통을 겪고 있는 ‘해외 금리형 파생결합증권(DLS)·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베타뉴스 조창용 (creator20@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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