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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백색국가 日제외 시행…고래싸움에 등 터지는 중소기업


  • 곽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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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9-09-18 11:04:47

    © 연합뉴스

    [베타뉴스=곽정일 기자]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수출 우대국)에서 제외한 지 약 3주 만에 우리 정부도 일본을 '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하면서 양국 중소기업의 피해가 커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수출통제 제도 개선을 위해 추진한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관보에 게재하고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미국과 일본 등 29개국이 포함된 기존 '가' 지역을 '가의1'과 '가의2'지역으로 세분화하고, 가의2에 일본만 따로 뒀다.

    '가의2' 지역은 '가의1' 지역보다 여러가지 부분에서 차이가 있는데 ▲ 포괄허가 사항인 재수출에 대해 '가의1'지역은 허가인 반면 '가의2'지역은 불허인 점 ▲ 기존의 신청서류는 1종에서 3종으로 늘어난점 ▲ 유효기간 도 기존의 3년에서 2년으로 줄어든 점 등이 주요 특징이다.

    산업자원부는 "국제수출통제체제의 기본 원칙에서 벗어나 국제공조가 어려운 국가(일본)에 대한 수출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개정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산자부에 따르면 국민참여입법센터와 이메일 등을 통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받은 결과 찬성이 91%로 대다수가 개정안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일본 정부의 대한(對韓) 무역규제 강화 조치에 대한 맞대응이라고 해석하면서도 그 영향은 미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양국의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과 일본 기업 특히 중소기업이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이란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제외와 관련해 일본 제품을 수입하는 중소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한일 무역분쟁 부작용 완화를 위한 준비 정도'를 묻는 질문에 응답 기업의 52%가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다'고 답했다.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중소기업의 피해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7월 개최한 '일본 경제 제재의 영향 및 해법' 세미나에서 일본의 수출 제제로 국내 반도체 산업 전반에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을 제기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일 무역분쟁은 관세부과로 대립하는 일반적 무역전쟁과 달리 상대국 핵심 산업의 필수 중간재 수출을 통제해 공급망을 붕괴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관세전쟁은 국내 기업이 대응할 여지가 존재해 0.15~0.22%의 GDP 손실에 그칠 것으로 평가되지만 생산자체를 무력화시키는 게임은 국내 전후방 산업효과 외에도 수출 경쟁국의 무역구조까지 변화시켜 경제적 파급효과가 훨씬 큰 분쟁 형태"라고 지적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센터장도 "일본에 100% 의존하는 프리미엄 핵심 소재는 특허 이슈로 국산화가 어렵다"며 "국내 기업들이 일본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추가 물량은 많지 않아 생산차질을 넘어 글로벌 경쟁력 저하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의 중소기업에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곳 중 6곳(59%)은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장기화시 6개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답변이 나왔다. 일본에 수출을 하고 있는 한 중소기업 사장은 베타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이나 SK등 큰 대기업이나 수출다변화 등으로 버티지 우리같은 중소기업은 버티질 못한다"고 토로했다.

    일본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최근 일본 정부에 '대항 조치를 자제하라'는 내용의 사설을 게재했다. 이 신문은 "(징용공 문제에) 통상정책을 가지고 나오는 것은 (일본) 기업에 대한 영향 등 부작용이 커서 긴 안목에서 볼 때 불이익이 많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대항 조치는 한국의 생산에 영향을 주는 동시에 한국 기업이 대형 고객인 일본 기업에도 타격을 줄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소재의 공급이 끊겨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사인 삼성전자의 생산에 지장이 생기면 스마트폰, 컴퓨터 등 반도체를 이용하는 모든 기기의 생산이 정체돼 혼란이 세계로 퍼질 수 있다"며 "일본발 공급 쇼크를 일으켜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한국 업체들이 생산하는 반도체 칩은 애플, HP, 소니, 파나소닉 등의 제품에 탑재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내 발행 부수 1위 경제신문으로, 한일 관계와 관련된 일본 정부의 조치에 대해 이처럼 정면으로 우려를 제기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일본 대표 기업 중 하나인 소니도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한국 기업들로부터 TV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공급받고 있는 소니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의 보복 조치로 한국 제조사가 소재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OLED 패널 생산이 정체되면, 한국 제조사들에 의존하고 있는 유기EL 패널을 제때 납품받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고 밝혔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7월 4일 불화수소 등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한국으로의 수출 규제를 단행했고, 지난달 28일 한국을 일본의 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했다. 이에 우리 정부도 지난달 12일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하는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발표한 뒤 이날 해당 조치를 시행했다. 


    베타뉴스 곽정일 기자 (devine777@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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