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사우디 “피폭 석유 시설 가동 중단"…유가 빨간불 "10달러 뛸 수도"


  • 조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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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9-09-15 22:34:19

    ▲ 드론에 피폭돼 연기로 뒤덮인 사우디 아람코 아브카이크 탈황 정유 시설 © MBC 캡처

    미국, 공격 주체로 이란 지목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무인기의 공격을 받은 주요 석유시설의 가동을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반군이 이번 공격이 자신들 소행이라고 주장한 가운데 미국은 예멘 쪽에서 공격이 이뤄졌다는 증거가 없다며, 공격 주체로 이란을 지목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의 아브카이크 정유 시설이 화염에 휩싸였다.

    사우디 에너지부는 "무인기 공격을 받은 석유시설 가동을 당분간 중단한다"고 밝혔다.

    앞서, 사우디 내무부는 현지시각 14일 새벽, "아람코의 아브카이크 탈황시설과 쿠라이스 유전 등 2곳이 무인기의 공격을 받았다"고 확인했고, 예멘 반군 측은 이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공격을 받은 두 시설 모두 세계 최대 규모로, 사우디 석유시설의 심장부로 알려져 있다.

    사우디 에너지부는 이번 공격으로 전체 산유량의 절반인 하루 평균 약 570만 배럴의 원유 생산이 지장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빈 살만 왕세자와 통화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미국은 사우디의 자위권을 지지하며 중대한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특히, 이번 공격이 예멘 쪽에서 비롯됐다는 증거가 없다며 이란이 국제 원유 공급망에 대한 전례 없는 공격을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이번 공격의 주체로 이란을 지목한 것.

    무인기 단 몇대 만으로 국제 원유 공급망을 흔들었다는 점에서 이번 공격이 이란의 새로운 협상 카드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프랑스의 중재로 미국과 이란 간 정상회담 가능성이 열리고 미국이 이란과의 협상을 위해 제재 완화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

    하지만 이번 공격으로 어렵게 형성된 대화 분위기가 물거품이 될 수 있고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감도 다시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가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이라는 점에서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WSJ은 생산시설 폐쇄로 하루 500만 배럴이 감소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전 세계적인 유가 상승이나 또 다른 주요 산유국인 이란의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아브카이크 단지는 사우디의 최대 석유 탈황·정제 시설이라는 점에서 그 여파가 더욱 클 전망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전문가인 시장조사업체 IHS의 로저 디완 부사장은 아브카이크 단지를 석유 수급 체제에 있어 "심장과 같다"며 이번 화재는 "심장마비가 일어난 셈"이라고 비유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따라서 이 시설의 가동 중단 상태가 이어지면 세계 에너지 시장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이달 13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나흘 연속 내려 배럴 당 54.8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리포 회장은 특히 한국, 일본, 중국, 인도, 대만 등이 하루에 사우디 원유를 400만배럴이나 소진한다는 점을 들어 사우디 석유 시설 가동 중단이 길어지면 한국 등 아시아 국가가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받으리라 내다봤다.

    래피던 에너지 그룹의 밥 맥널리 회장도 "아브카이크 피격으로 제재 완화 논의가 중단되고 보복과 긴장 고조 쪽으로 논의가 진행된다면 유가는 손쉽게 10달러 넘게 오를 수 있다고 본다"고 미국 CNBC 방송에 말했다.

    WSJ은 미국·사우디와 그 숙적 이란 사이 갈등으로 국제 유가의 척도가 되는 브렌트유 가격이 연말까지 배럴당 12% 상승한 60달러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을 소개했다.

    블룸버그는 "중동의 지정학이 복수심을 안고 돌아와 원유 시장을 강타할 것이다. 모두 두려워하는 일이 벌어졌다"면서 피해가 커 시설 가동 중단이 길어지면 원유 수입국이 비축유에 손을 대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베타뉴스 조창용 (creator20@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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