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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4차 산업혁명, ICT 표준으로 설계하다


  • 이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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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9-07-17 10:05:25

    4차 산업혁명의 첨단기술은 우리 일상과 경제의 중심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새로운 혁신의 장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이 첨단기술의 핵심은 데이터 기반의 지능화 혁명이며, 이 데이터를 읽어 들이고 연결시키는 기반은 바로 ‘표준’이다. 표준은 다양한 산업과 ICT를 접목하여 연결성과 상호운용성 확보를 통해 첨단기술 상용화를 촉진시키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 가장 핵심적인 기술이 되었다. 세계 각국은 지금 미래 먹거리인 ICT 표준을 선점하고자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표준’

    4차 산업혁명을 향한 준비가 한창이다. 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기술로 촉발되는 초연결 기반의 지능화 혁명’을 뜻하며, 기존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국가 시스템과 사회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 전반에 걸쳐 혁신적인 변화를 유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클라우드 컴퓨팅, 5G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이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하기 시작했다. 이런 디지털 기술들은 모두 현실 세계의 데이터를 사이버 공간으로 연결해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팜, 자율자동차, 지능형 금융 등의 새로운 혁신과 서비스를 창출해내고 있다. 즉 4차 산업혁명은 데이터를 어떻게 읽어 들이고 연결할 수 있느냐에서 출발한다고 말할 수 있다.

    데이터를 읽어 들이고 연결하기 위한 기반으로서, ICT 표준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에 서 있다. ICT 표준이란 사람 간의 통신에 언어가 필요하듯 IT 시스템 상호 연동에 필요한 합의된 규약을 뜻한다. 무게나 질량, 범위 등의 표준이 합의에 의해 결정된 것처럼, 새로 등장한 정보통신기술에도 표준에 대한 합의, 즉 표준화가 계속 필요하다. 관련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와의 통신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다면 산업에 ICT를 접목하거나 기술과 기술의 융합 등을 통한 ICT 활용 혁신 창출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택배 산업을 예로 들어 보자. 스마트한 배송을 위해서는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어 배송할 때 통신사와 택배사, 차량 운송의 내비게이션까지 데이터가 서로 공유되어야 한다. 이 데이터의 플랫폼이 표준화되지 않으면 각각의 회사들이 A부터 Z까지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실현을 위해서는 개별 기술들의 개발 외에 표준이라는 단단한 골격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ICT 표준을 선점하기 위한 각국의 치열한 경쟁

    WTO/TBT 협정으로 국제무역에서는 국제표준을 활용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OECD 국가들의 세계무역량 80%는 표준의 영향 아래에서 유통되고 있다. 표준의 선점이 세계시장에서의 우위 확보를 의미한다는 뜻이다. ICT 표준화 활동을 ‘총성 없는 전쟁’이라 표현하고, 표준 특허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하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세계 각국도 이미 표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제사회에서 자국 산업경쟁력 향상을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2016년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2020년까지 전 세계 표준의 반을 중국 표준으로 채우겠다고 천명했고, 이후 국제 표준화 일선에서 활동하는 중국의 표준 전문가 수가 절대적으로 증가했다.
    독일은 인더스트리 4.0을 통해 제조업에 IT 시스템을 결합하여 생산 시설을 네트워크화하고 지능형 생산 시스템을 갖춘 스마트 팩토리로 진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개별공장과 생태계에 속한 조직 간의 통합 등 기존과 차원이 다른 기술적 시스템 통합이 진행되어야 한다. 이는 전 세계적인 동의를 바탕으로 한 표준이 지원되어야만 성공 가능한데, 독일은 정부, 연구소, 학계, 사업계가 모여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미•중과 협력하여 표준화 분야를 주도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국가 발전을 위한 4대 혁신성장 과제 중 하나인 과학기술혁신 실현을 위해 ‘국제표준 선점’의 중요성을 주요 정책 방향으로 제시한 바 있다. 아울러, 2018년도 국가표준시행계획을 통해 4대 분야별 실행과제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시장 창출을 위한 표준 개발, 기업 성장을 위한 표준 기반 확충, 윤택한 국민 생활을 위한 표준화, 그리고 민간 주도의 표준 생태계 확산이 그것이다.
    이런 정부 정책 하에 기관들도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의 전략적 표준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4차 산업혁명 ICT 핵심기술 및 응용 분야에 대한 글로벌 표준경쟁력을 확보하여 국내 기업 및 기술의 신시장 진출 및 시장 경쟁력 강화 기반 마련을 위한 설계 작업이다.

    표준, 혁신의 중심에 서다

    돌아보면 표준은 모든 산업혁명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1차 산업혁명에서는 거래 기준의 표준화로 섬유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고, 2차 산업혁명에서는 부품과 공정의 표준화로 대량생산 혁명이 이뤄졌다. 3차 산업혁명에서는 전 세계 수천 명의 전문가가 표준개발 조직에서 인터넷 기능을 가능하게 하는 프로토콜 및 표준을 만들어 인터넷이 가능해졌으며, HW와 SW 호환성의 표준화로 글로벌 ICT 업계가 부상하게 되었다.

    4차 산업혁명에서는 융합의 표준화가 또 다른 혁신을 만들어 낼 것이다. 1차 산업혁명에서 2차 산업혁명까지 걸린 시간은 약 110년, 2차에서 3차 산업혁명까지는 약 89년이 걸렸다. 학자들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시점을 2045년으로 예측하고 특이점이라 명명했다. 3차에서 4차 산업혁명 특이점에 도달하는 시간은 약 76년이다. 변화의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그리고 그 이후의 혁신을 향한 핵심 표준 선점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