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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통 무한경쟁 속 업종 다른 영역 '충돌' 현상 나타나 향방 '관심'


  • 조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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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9-05-24 07:24:08

    ▲배민라이더스(왼쪽)와 쿠팡이츠 © 각 사 제공

    신유통업계에 전혀 다른 업종 간 경쟁이 이전에도 이뤄져 왔으며, 앞으로는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24일 이데일리 분석에 따르면, ‘배달의민족’·‘배민라이더스’ 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 쿠팡. 업종이 전혀 다른 두 회사 간 전운이 감돌고 있다.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우아한형제들이 쿠팡의 영업 활동을 문제 삼아 공정거래위원회 신고와 경찰 수사 의뢰에 나서면서부터다.

    이번 사태는 겉으로는 우아한형제들이 음식 배달 서비스 ‘쿠팡이츠’를 준비 중인 쿠팡의 ‘영역 침범’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드러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본질을 살펴보면 경계 없이 무한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최근 국내 유통가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긴 사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아한형제들과 쿠팡은 각각 음식 배달 서비스와 이커머스에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업체들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3192억원의 매출액을 올리며 전년 대비 96%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170% 증가한 585억원을 기록하면서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국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 시장 점유율이 60%에 달하며, 배달의민족 거래액이 5조원에 달할 정도로 업계 미치는 영향력도 크다.

    쿠팡은 지난해 4조4227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 대비 65%의 외형성장을 이뤄낸 이커머스 업계의 강자다. 계속된 투자 유치로 로켓배송을 비롯한 배송 및 물류 경쟁력을 쌓아가고 있다. 쿠팡은 지난 2015년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달러(1조2000억원)를, 지난해 말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0억달러(2조4000억원)의 추가 투자를 받은 바 있다.

    각각의 분야에서 잘 나가던 두 업체 간 불똥이 튀기 시작한 것은 쿠팡이 식음료 사전주문 서비스인 쿠팡이츠를 준비하면서부터다.

    우아한형제들은 쿠팡이 음식점들에 배달의민족과의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쿠팡이츠와 독점 계약을 맺을 것을 종용하는 무리한 영업활동을 했다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매출 최상위 50대 음식점 명단과 매출 정보를 확보해 영업 활동에 이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쿠팡은 공개된 주문 정보를 바탕으로 시장조사를 했고,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점유율 60%가 넘는 사업자가 신규 진입자를 비난하는 것이 안타깝다는 의견도 내놨다.

    이 두 업체 간 싸움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공정위·경찰의 결론이 어떻게 나올지도 예단할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주목할 만 한 점은 이처럼 전혀 다른 업종 간 경쟁이 이전에도 이뤄져 왔으며, 앞으로는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내수 시장은 제한적인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너무 많은 업체가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유의 영역을 넘어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기존에 진출해있는 업체들의 파이를 나눠 가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기술의 도입도 필수다. 그야말로 고유의 영역이 의미가 없어진 무한경쟁 체제가 도래한 것이다.

    중간 역할을 하던 유통사들이 자체상품과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제조사의 영역까지 넘보는 것은 이미 오래된 얘기다. 오프라인의 강자로 군림하던 롯데와 이마트 등 대형 유통사들은 온라인으로의 진출을 선언하고 전사적인 힘을 쏟고 있다.

    온라인 위주의 이커머스 업체들은 과거 택배사들이 점유하고 있던 배송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빠르고 안전하게 제품을 배송할 수 있어야 고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새벽부터 늦은 시간까지, 공산품은 물론 신선식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배송 시스템을 갖춰가는 중이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의 활용도 필수다.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 회사의 직원 중 개발자가 40%에 달하면서 정보통신기술(IT) 회사와 같은 면모를 보이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택배업체들 역시 이 같은 흐름에 맞춰 물류센터 선진화에 나서고 있다. 로켓배송을 운영 중인 이커머스 쿠팡의 경쟁자 중 하나로 물류회사인 CJ대한통운이 꼽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영역을 벗어난 업태 간 경쟁이 앞으로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한국의 내수 시장이 포화인 상태에서 플레이어는 늘고, 또 이들이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다 보니 업체 고유의 정체성은 희미해지고 다양한 갈등 전선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며 “지금까지는 업체 간 경쟁이었다면 앞으로는 DNA가 다른 산업 간 충돌이 일어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베타뉴스 조창용 (creator20@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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