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월가 "관세 전면전 발발…경제 더 세게 강타할 것" 관측


  • 조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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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9-05-24 06:34:20

    ▲ 뉴욕 증권거래소 © YTN 보도 화면 캡처


    '안전자산' 美국채수익률-금값↓…국제유가 5%안팎 급락

    미·중 무역전쟁이 관세 전면전으로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퍼지면서 뉴욕증시가 속절없이 무너졌다.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23일(현지시간)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286.14포인트(1.11%) 내린 2만5490.47에 거래를 마쳤다고 밝혔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각각 34.03포인트(1.19%)와 122.56포인트(1.58%) 떨어진 2822.24와 7628.28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10일 워싱턴D.C. 협상을 마지막으로 양국이 추가 협상 날짜조차 잡지 못한 채 ‘강(强) 대(對) 강(强)’ 대치를 이어가는 작금의 현실이 결정타였다.

    미국의 화웨이 봉쇄책에 세계 각국이 동조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중국 상무부는 23일 “미국이 자국과 협상을 계속하기를 원한다면 ‘잘못된 행동’을 고쳐야 한다”(가오펑 대변인)며 사실상 협상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와 관련, 미 경제전문매체 CNBC방송은 “월가(街)는 미·중 무역전쟁이 더 장기간 지속하고 경제를 더 세게 강타할 것이라고 믿기 시작했다”고 썼다.

    일각에선 내달 말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에 열릴 것으로 기대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회동도 불발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사우스차이나모닝 포스트(SCMP)는 중국 현지 석학들 사이에서 미·중 정상회담 계획이 불발될 수 있다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골드만삭스는 “(양 정상이 만나더라도) G20 정상회의에서 공식 합의를 이룰 가능성이 작아졌고 미국이 추가 관세를 부과할 위험은 커졌다”고 내다봤다.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로 인해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면서 국제유가는 폭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5.7%(3.51달러) 떨어진 57.91달러에 장을 마치며 60달러 선을 내줬다. 지난 3월12일 이후 두 달여 만에 최저수준이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7월물 브렌트유는 4.28%(3.04달러) 하락한 67.95달러에 거래 중이다.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미 국채와 금값은 뛰었다. 로이터통신은 “3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금리)은 17개월 만에 최저수준으로,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2017년 10월 이후 최저수준으로 하락했다”고 전했다. 국채 가격과 수익률은 반대로 움직인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6월 인도분 금은 온스당 0.9%(11.20달러) 오른 1285.40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제재 이후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금융시장의 긴장도 팽팽하다.

    반도체 설계회사 ARM과 영국 통신사 보다폰 등이 화웨이와 거래를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주요 통신사들도 화웨이 신형 스마트폰 판매를 보류했다.

    파나소닉과 도시바도 화웨이에 스마트폰 부품 등의 납품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에서 화웨이의 고립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CNBC 인터뷰에서 화웨이가 중국 정부와 협력하지 않는다는 것은 거짓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더 많은 미국 기업이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과 대화를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 '큰 요구'를 하는 데 확고한 의지를갖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반발도 거세다.

    가오펑(高峰)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잘못된 행동'을 고쳐야만 협상을 지속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오 대변인은 "미국이 국가의 힘을 이용해 중국 기업을 억누르는 것은 양국 기업 간 협력을 해칠 뿐만 아니라 세계 공급 사슬에도 심각한 위협이 된다"면서 "미국이 이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이러한 위협 방식을 바로잡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유럽 지역의 불안도 시장을 압박했다.

    테리사 메이 총리가 며칠 내로 사임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잇달아 나오는 등 영국 정치 상황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유럽연합(EU) 의회 선거에서 극우정당이 약진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경제지표도 부진하면서 투자자 불안을 심화했다.

    시장 정보제공업체 마킷이 이날 발표한 미국의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6으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9월 이후 약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앞서 나온 5월 유로존 합성 PMI와 일본의 5월 제조업 PMI 등도 일제히 부진했다. 독일 기업의 경기 신뢰도를 나타내는 Ifo 기업환경지수도 5월에 97.9를 기록해 시장 예상에 못 미쳤다.

    무역전쟁에 따른 수요 둔화 우려 등으로 서부텍사스원유(WTI)가 이날 1년 내 가장 큰 폭인 5.7% 폭락한 점도 증시를 얼어붙게 했다.

    특히 에너지 관련 기업 주가가 직격탄을 맞았다.

    안전자산으로 피신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미국 10년 국채 금리는 이날 장중 한때 2.3%도 하회하는 등 2017년 말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우지수는 장중 400포인트 이상 떨어졌지만, 장 후반에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 등에 힘입어 낙폭을 다소 줄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60억 달러 규모의 자국 농민 지원방안을 공개하면서 "미국과 중국이 함께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말했다.

    그는 다만 중국과 무역협상이 타결되면 대단한 일일 것이라면서도,합의가 안 돼도 괜찮다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에너지가 3.13% 폭락했다. 기술주도 1.73% 내렸고, 산업주는 1.59% 하락했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는 부진했다.

    마킷이 발표한 5월 미 서비스업 PMI 예비치(계절 조정치)는 전월 확정치 53.0에서 50.9로 낮아졌다. 2016년 5월 이후 39개월 만의 최저치다. 시장 예상치 53.2도 하회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 4월 신규 주택판매가 전월 대비 6.9% 감소한 연율 67만3천 채(계절조정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큰 월간 감소 폭이다. 시장 전망치는 2.7% 감소한 67만3천채였다. 반면 지난 3월 신규주택판매는 69만2천 채가 72만3천 채로 상향 조정됐다.

    캔자스시티 연은은 5월 관할 지역 제조업 합성지수가 전월의 5에서4로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기대 7에 못 미쳤다.

    다만 고용지표는 양호했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실업보험청구자수가 전주보다 1천 명 감소한 21만1천 명(계절 조정치)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3주 연속 감소세다. 시장 예상치 21만5천 명보다 적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미국 물가가연방준비제도(Fed·연준) 목표치 2%에 다가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무역 전쟁 장기화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이 길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JP모건의 아담 크라사풀리 이사는 "무역 관련 전망이 어느 때보다 암울하다"면서 "강세 전망을 견지했던 투자자들은 지금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F 금리선물 시장은 올해 6월 25bp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10.0% 반영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14.31% 상승한 16.87을 기록했다.


    베타뉴스 조창용 (creator20@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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