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조간리뷰]버스파업 해결사 홍남기 부총리는 안보이고 국토교통부 장관만 '성과잔치'


  • 조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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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9-05-21 04:11:43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맨 왼쪽)이 지난 13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을 찾은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류근중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위원장(맨 오른쪽)과 대화하고 있다 © 기획재정부 제공

    21일 이데일리 보도는 어려운 버스파업 사태를 해결한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업적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가로채고 있다는 걸 지적하면서 홍 부총리가 상대적으로 일은 잘하지만 정치권 실세 장관들에 치여 능력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꼬집고 있다. .

    이날 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1분기 경제성장률이 -0.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1개국 중 최하위에 머무르고 투자·수출 부진을 중심으로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 아울러 경제 가늠자인 원·달러 환율이 2년4개월래 최고치인 1200원선까지 단기 급등하는 등 경기침체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경제사령탑인 홍 부총리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밤낮없이 뛰고 있는데도 존재감이 희미하다는 서운한 평가를 받는 배경에는 홍 부총리 특유의 앞장 서기보다는 뒤에서 챙기는 업무방식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대표적 사례가 버스 파업이다. 전국 버스노조가 총파업을 벌이기로 한 15일을 불과 이틀 앞둔 지난 13일 홍 부총리는 노조측 요청을 받아들여 자동차노련, 한국노총 위원장과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노조측은 정부 재정을 책임지고 있는 홍 부총리에게 국비 지원과 협상 중재를 요청했다.

    홍 부총리는 면담에서 “국비 지원은 재정 원칙상 수용하기 어렵다”며 원칙론을 강조하면서도 버스 인프라 확충, 오지·벽지노선 손실 지원 등 지자체 사업에 대해선 보조금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어 김현미 국토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등과 기급 녹실(綠室) 회의를 열고 파업 철회를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다음날인 14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 등 국회에서 경기도 시내버스 요금 200원 인상, 광역버스 준공영제 추진 등의 합의 내용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이처럼 버스파업을 철회하는데 있어 홍 부총리의 역할이 상당했지만 스포트라이트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받았다.

    사실상 지난 15일로 예고됐던 전국적인 버스 노조의 파업을 막기 위한 정부 대책이 쏟아지는 과정에서 국토교통부의 실익이 가장 크다는 평가가 관가에서 나오고 있다. ‘지방정부 소관 업무인 버스운송회사에 대한 지원을 국비로 할 수 없다’는 기획재정부의 반대를 무력화시키고 광역급행버스(M버스)는 물론 일반광역버스까지 정부 재정으로 손실을 보전해주는 준공영제를 전격 추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버스업계의 숙원이었던 버스 준공영제 확대를 위한 발판을 쌓으면서 교통당국으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2·3기 신도시 등 광역교통망 확충을 목표로 하는 국토부로서는 든든한 발판이 될 전망이다. 광역교통망 확충을 통해 수도권 신도시로 주택 수요를 분산시켜 서울 집값을 안정화시키겠다는 국토부의 정책 구상에 힘이 실리게 됐다는 반응도 나온다.

    청와대는 홍 부총리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제2기 경제팀으로 출범할 때 홍 부총리가 경제 ‘콘트롤 타워’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전임 김동연 부총리가 장하성 전 정책실장으로 대표되는 청와대와 불협화음의 나쁜 선례를 처음부터 차단하기 위한 차원이다.

    홍 부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정례 보고’를 매달 한차례에서 격주 간격으로 늘렸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매주 금요일 만나 현안을 공유하고, ‘녹실(錄室) 회의’ 같이 경제관계 장관들이 격의없이 소통하는 비공식 회의도 부활했다.

    문제는 이같이 협의를 통해 정책방향을 공유하고 결정하는 홍 부총리의 강점인 ‘소통과 조율’의 리더십이 청와대와 여당의 요구를 이견없이 수용하는 ‘예스맨’ 이미지로 왜곡돼 비춰지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총선을 앞둔 정치인 출신 장관들의 성과 독식에 홍 부총리의 존재감이 더 희미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홍 부총리는 자신의 업적을 내세우기보다는 묵묵히 자기 일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성과를 내고도 제대로 평가받지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다만 대외적으로 경제사령탑이 오락가락한다는 지적을 받지 않도록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일관성을 유지하는게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글로벌 경기 침체의 소용돌이 속에서 정책 일관성을 지키면서 명확히 제시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베타뉴스 조창용 (creator20@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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