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산업은행, 부실 금호아시아나에 또 1.7조 국민혈세 '펑펑'...대우조선-현대중 합병도 '무리'


  • 조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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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9-04-24 07:27:56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 연합뉴스

    아시아나 지배구조가 흔들리는 걸 막는다는 명분 아래 금호아시아나그룹 지주사인 금호고속에도 산업은행의 추가 지원이 이뤄지게됐다. 부실기업에 또다시 합계 1.7조원의 국민 혈세를 쏟아붇기만 하는 국책은행의 무책임한 역할에 이젠 과감히 메스를 갖다대야할 시점이라는 여론이 비등하다.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를 위해 모두 1조7천3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 중 1조6천억원은 아시아나항공에 직접 지원하고, 나머지 1천300억원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금호고속에 주기로 했다. 박 회장 일가·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와 특별 약정을 체결하는 방식인 셈이다.

    산업은행(회장 이동걸,사진)은 이런 내용을 담은 아시아나항공 금융지원 방안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채권단은 우선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5천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사들여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를 지원한다. 채권단과의 재무구조개선 약정(MOU)은 다음 주께 별도 체결할 예정이다.

    하지만 아시아나와 금호그룹은 숨통을 트게 됐지만, 국민 부담에 다름없는 국책은행의 자금만 쏟아붓는 현행 구조조정 방식에 대한 논란과 대우조선-현대중공업의 무리한 '합병'으로 인한 노사갈등 유발에 대한 책임론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산업은행에 대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1조6천억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지원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7대 3 비율로 부담한다. 시중은행은 이번 지원에 불참한다. 단, 산업은행은 시중은행에 현재 보유 중인 여신의 잔존이나 리볼빙(일부 결제금 이월)을 요구해놓은 상태다.

    채권단은 아울러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전제로 금호고속에 브릿지론 형태로 1천300억원을 지원한다. 매각을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배구조는 박삼구 전 회장→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 순으로 이어진다.

    박 전 회장 측이 대주주인 금호고속은 금호산업[002990]의 지분 45.3%를 담보로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다. 혹시나 금호고속이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 지배구조가 흔들리게 돼 매각 주체가 모호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채권단은 금호고속에 이 자금을 지원해 오는 25일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 1천300억원을 갚게 하고 금호고속의 금호산업 지분을 담보로 잡을 계획이다. 채권단은 이날 금호 측과 특별약정을 체결했다. 다음주께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특별약정은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 무산될 경우 매각 대상 지분을 채권단이 임의의 조건으로 매도한다는 동반매각요청(Drag-along)과 아시아나항공 상표권 확보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동반매각요청은 소수 지분을 가진 주주가 대주주 지분까지 매각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임의의 조건'은 예컨대 1차 매각이 무산되면 구주 중 일부만 팔거나 구주 매각 조건을 완화한다든지 하는 것을 채권단이 제안해 진행하는 것이라고 산업은행이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 M&A는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 지분 33.5% 매각(구주 매각)과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로 진행된다.

    아시아나항공뿐 아니라 자회사도 일괄 매각한다. 단, 인수자가 요청할 경우 자회사 분리 매각을 협의할 수 있다. 신규 자금 지원 규모가 커진 것과 관련해 산은 관계자는 “(외부에선) 당면 유동성 위기만 넘으면 된다고 볼지도 모르지만 예비적 자금을 준비하는 게 매각에도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예비적 지원에서 실제 사용되는 금액은 매우 적으리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산은은 또 박 전 회장 일가가 지배하는 금호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있는 금호고속에도 1300억원의 규모의 브릿지론(가교 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금호그룹은 대주주→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지녔다. 아시아나 재무위기와는 별도로 금호고속도 25일 만기가 돌아오는 1300억원 규모의 금융권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산은이 이 대출의 차환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이 대출에 금호산업 지분 45.3%가 담보로 맡겨져 있는데, 금호산업은 아시아나 지분 33.5%를 보유한 대주주다.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아시아나 매각 작업에도 영향 줄 수 있어서 패키지 딜의 성격이 있다”며 “금호고속이 도산 시 국민경제 영향이 크다는 점도 고려했다. 박삼구 전 회장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시아나 부실 경영 책임이 큰 대주주 일가는 경영권 매각 결정을 한 것 말고는 금액적으로 의미 있는 추가 고통분담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런 탓에 아시아나 매각을 명분으로 금호그룹 지원이 부수적으로 뒤따라가는 것에 대해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채권단에 속한 민간 채권은행들은 기존 대출 만기 연장만 하고 신규 자금 지원에선 모두 발을 뺀 점도 논란거리다. ‘대마불사’ 논리로 구조조정을 시장이 하지 않고 정부와 국책은행이 주도하다 보니 기업의 부실 책임이 결국 국민 부담으로 떠넘겨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은 관계자는 “대주주 책임은 사실 사재니 지분담보니 이미 다 나와 있어서 더 나올 게 없는 상황이었다”며 “아시아나를 정상화해서 매각을 진행하는 데 중점을 뒀고, 그러면 다른 채권은행도 자율적으로 (추가 지원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 합병과 관련해 산업은행과 폭넓은 논의를 했고 인수 추진 발표도 산은과 조율한 것이라고 현대중공업 한 고위 관계자가 실토를 했다. 이 고위 인사는 산은이 대우조선 합병 추진 사실을 서둘러 밝힌 이유에 대해 계약 당사자인 산은이 '설계자'로서, 어떤 의도대로 이끌고 있다는 얘기를 말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이번 합병 과정은 통상적인 인수·합병(M&A)과 반대로 흘러왔다. 2조원대에 이르는 빅딜이지만 본계약 체결 전부터 모든 과정이 일반에 상세하게 공개됐다. 이는 글로벌 M&A 시장에서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일반적으로 거래 당사자들은 딜이 무산될 가능성을 열어놓고, 모든 과정을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한다. 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서다.

    한 법조계 고위 관계자는 "이번 딜은 어느 한 나라라도 기업결합심사에 제동을 걸면 더 이상 추진할 수 없어, 당사자들 입장에선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본계약 체결 전에 기업결합심사를 청구하고 '통과'를 종결 조건으로 계약하는 게 보통"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조선업과 가까운 해운업만 찾아봐도 M&A 실패 사례가 숱하다. 대표적으로 2014년 세계 1~3위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와 스위스 MSC, 프랑스 CMA-CGM 3사는 해운동맹을 맺기 위해 유럽연합(EU), 미국 등에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했지만 중국 측에 의해 무산됐다. 독과점이 이유였다.

    다른 법조계 고위 관계자는 "세계 1, 2위를 달리고 있는 대한민국 조선사의 합병을 환영할 국가는 없다"면서 "경쟁국인 중국, 일본을 비롯해 최대 수요처인 EU 등도 눈에 쌍심지를 켜고 심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산은이 '대우조선 매각'이라는 실적에만 매몰, 일을 성급히 추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론 산은 입장에선 언젠가 새나갈 극비인 만큼, 먼저 발표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합병에 반대하는 국민들도 있기 때문에 설득하는 시간도 필요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합병 성공'이라는 최종 목적에 다다르기 위해선 여느 때보다 절묘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너무 서두르면 다 된 일도 그르칠 수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을 복기한다면, 세계 최고 조선사 탄생은 현실이 될 것이다.


    베타뉴스 조창용 (creator20@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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