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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산업의 저성과자 퇴출논란…법적 문제 정말 없나?


  • 곽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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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9-04-22 11:30:24

    ▲ 대림산업 본사. © 베타뉴스

    대림산업이 저성과자 대상 `성과향상과정`을 운영한 것과 관련해 `문제 없다`는 입장에 대해 법원이 기존에 문제가 있을 것이란 판결을 내놓은 적이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21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지난 2009년부터 직원 퇴출을 목표로 저성과자 대상 `성과향상과정`을 운영했다. 건설사업부 내에서만 한 해 평균 25명의 직원이 저성과자로 선정돼 성과향상 관리를 받았다.

    해당 과정에서 탈락한 직원들은 희망퇴직 및 해고를 통해 회사에서 퇴출됐고,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성과향상과정을 통해 95명이 퇴출당했다.

    ◇ 대림산업 `공식 평가 절차 진행` vs 법원 `성과 중심의 평가체계가 안착하지 못한 노동 현실 감안해야`

    대림산업은 문제가 된 `성과향상과정` 운영한 사실 자체는 시인했지만, 논란이 될 사항이 아니라는 뜻을 밝혔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베타뉴스와의 통화에서 "박근혜 정부 시절 마련된 제도 (통상해고 지침)에 따라 운영했고, 이전에도 비슷한 프로그램 운영한 것은 사실입니다"라면서 "공식적 평가절차를 거쳤고 금은 하지 않고 있다"고 짧게 대답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미 판례를 통해 이에 대한 부당성을 판시하고 있다.

    법원은 지난 2018년 3월 `성과 중심의 평가 체계에 바탕을 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된다`는 모 회사측의 주장에 대해 "성과 중심의 평가체계가 안착하지 못한 노동 현실 감안해야 고려한다면, 사용자의 입장에서 저성과자 역량 강화라는 미명하에 도입되는 제도들은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그 운영 자체가 가학적 인사관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학적 인사관리란 특정 근로자를 대상으로 실적이나 고객 만족과 같은 결과를 얻기 위한 성과주의 인사관리의 일환으로서 ▲ 경영상 목적달성을 위한 인사관리 실행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우 ▲ 특정한 원인 행위에 의하여 불이익이 발생하는 경우 ▲ 업무수행의 일반적 조건이 가학적 인사관리로 인식되는 경우 등 경영상 목적달성을 위해 실행되는 인사관리방법을 뜻한다.

    또한, 법원은 "기업 일선에서 객관적인 기준하에서 직무교육의 수단으로 활용돼야 하는 `실적 향상 프로그램`이 `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으로 변질돼 가고 있는 경향도 심화돼가고 있다"며 "절차적인 정당성은 물론 그 필요성과 내용, 그리고 운영의 형평성을 갖추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무효"라고 덧붙였다.

    ◇ 전문가들, 코드로 변질 위험 가능성…경영효율 저하 가능성 有

    전문가들은 저성과자 프로그램에 대해 오히려 변질 가능성이 농후하며 경영효율성도 떨어질 위험이 크다고 지적한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는 칼럼에서 "직원이 2만여 명이나 되는 기업에서 30여 명의 직원들을 저성과자로 분류했는데, 분류된 사람이 회사 인사노무 방침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임원에게 소신껏 반대 발언을 한 직원이 포함됐다"고 한 기업의 사례를 소개했다.

    하 교수에 따르면 당시 해당 직원은 `퇴출과 연결 없음`, `재교육 기간 동안 업무성과 평가 하지 않는다`라는 확답을 받아냈다. `그렇다면 뭐하러 저성과자를 선정했느냐`라는 질문에 회사 임원은 "당신들 30여명으로 나머지 2만여명의 직원들을 긴장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답변했다.

    그는 "이 같은 비인간적 경쟁을 강요하는 경영방식이 기업 경영효율을 오히려 저하시킨다는 연구 성과들이 많다"며 "낙인이 찍힌 채 가족과 동료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하는 노동자들의 상처는 자본주의 사회 기업 경영자들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철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도 "성과주의는 필연적으로 저성과자가 도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바. 법원의 견해에 따른다면 저성과자 방출절차는 `부당해고`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이 같은 성과주의는 노사불신과 함께 아무런 `성과`없이 끝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타뉴스 곽정일 기자 (devine777@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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