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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배송인력' 빠져나가고 위메프는 '거래액' 실적포장 논란


  • 조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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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9-04-22 05:48:24

    ▲김범석 쿠팡 대표(좌) 박은상 위메프 대표 © 쿠팡 위메프 제공

    CJ대한통운 등 택배 전문업체로 이직 하는 쿠팡맨이 최근 1년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쿠팡이 최근 새벽 배송 등 신사업을 잇따라 벌이며 업무량이 점점 늘어난 것에 비해 임금은 제자리걸음이었기 때문이다.

    위메프는 잇따라 '거래액' 기준 실적을 발표하면서 이커머스 업계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기준도 명확하지 않은 거래액을 공개해 실적을 호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서울경제신문 보도와 이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쿠팡맨의 비정규직 비중은 70%를 넘고 이 같은 비율은 쿠팡맨 도입 초기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다. 정규직 전환율이 90%가 넘는다고 본사는 설명하지만 쿠팡맨의 수가 몇 년 째 3,500명으로 고정이라는 것은 퇴사율이 높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쿠팡은 오는 5월1일부터 인센티브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쿠팡맨 임금체계 개편안을 도입한다. 기준 물량을 정한 뒤 이보다 더 많은 물량을 배송하면 더 많은 급여를 지급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인사상 불이익을 준다는 내용에 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당장 새 임금 안이 시행되지만 지난 17일 임금체계 개편 설명회 당시 기준 물량에 대해 정확히 안내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평균 일 처리 물량인 220~240건보다 많아질 경우 결국 노동 조건 악화로 이어질 게 불 보듯 뻔하다. 또 승진 시스템을 개편하는 것도 사실상 2~3년간 임금을 동결한 수준이라고 맞서고 있다. 쿠팡 본사와 쿠팡맨노조 측은 실제 도입을 앞두고 오는 24일과 26일 마지막 교섭을 진행한다.

    쿠팡맨들이 힘겨움을 호소함에 따라 사측이 새 임금 안을 들고 나왔지만 노조 측은 쿠팡맨의 처우가 개선되지 않은 개편안이 도입되면 쿠팡맨의 엑소더스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악순환의 연속인 것이다. 쿠팡맨이 새롭게 둥지를 트는 곳은 CJ대한통운과 우체국 택배다. 그들은 “다른 택배 사업장에서는 쿠팡과 달리 일한 만큼 벌어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쿠팡맨 대부분이 30대 초중반인 만큼 가정이 있고 육아를 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 새벽 배송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더욱이 매일 280건을 처리해도 세후 300만원(비정규직은 260만원)을 받는 쿠팡보다는 300건을 처리하면 350만~400만원까지 가져갈 수 있는 택배업체가 더 낫다고 토로한다.

    지난해 쿠팡은 전체 매출의 22%가량을 인건비로 지출했다. 재무제표에 따르면 매출 4조4,600억원 가운데 인건비와 마케팅 비용을 합친 판매관리비는 1조8,471억원으로 이 중 인건비 부담이 9,866억원에 달했다. 전년(6,554억원)보다 50%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5년 전(427억원)보다 무려 40배 가까이 급증한 셈이다. 여기에 유료멤버십 서비스 ‘로켓와우’ 도 인건비 부담을 늘리는 데 한몫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쿠팡의 재무제표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매년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효율화를 위해서는 과감하게 인건비에 손을 대야 하는데 쿠팡이 그럴 여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 특히 100명이 넘을 정도로 외국인 임원이 많은 것은 쿠팡의 발목을 잡고 있는 부분이다.

    이경호 항공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 조직부장은 “3,500명 쿠팡맨의 임금으로 연 700억~ 800억원을 지출하는데 100명이 넘는 외국인 임원들에게는 고액 연봉뿐 아니라 자택·차량 비용 등까지 쿠팡이 부담하며 매년 천문학적인 인건비를 지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김범석 단독대표 체제에서 3인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하면서 인사를 고명주 대표에게 맡긴 것 역시 인사문제를 김 대표가 모든 상황을 함께 컨트롤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인식이 반영됐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편, 21일 디지털타임스 보도와 업계에 따르면 위메프는 지난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38.3% 증가한 1조5900억원의 거래액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위메프는 지난해 실적 발표 때도 거래액이 사상 최대치인 5조4000억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위메프의 행보는 업계에서 이례적인 사례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거래액은 '추정치'일 뿐 회사가 직접 자사의 거래액 규모를 밝히는 일은 드물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위메프가 지난해부터 신선식품 직매입 등의 사업을 포기하고 중개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매출액이 감소했기 때문에 거래액을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직매입 감소로 매출 지표가 하락하자 대신 거래액으로 성장성을 알리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위메프의 매출은 4731억원에서 4294억원으로 9.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직매입 상품 매출인 상품 매출은 2538억원에서 1258억원으로 50.5% 줄었다. 대신 중개 거래 수수료 매출은 2180억원에서 3024억원으로 38.7% 늘었다. 매출이 줄면서 위메프는 매출 기준으로 티몬(5007억원)에게 역전을 당하기도 했다.

    경쟁사들이 위메프의 거래액 강조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거래액 지표의 부정확성 때문이다. 거래액은 실제 회사에 현금 이동이 발생하는 매출과 달리 '거래'가 발생한 모든 금액을 계산한다.

    예를 들어 1000원짜리 제품을 구매하면서 위메프가 제공한 30% 할인 쿠폰을 사용했다면 매출은 700원이 발생했지만 거래액으로는 1000원이 모두 계산되는 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거래액은 회사의 규모를 측정하는 간접적인 지표일 뿐"이라며 "이를 두고 회사가 돈을 벌고 있는 것처럼 표현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위메프 측은 오히려 매출액이야말로 직매입을 늘리면 늘어나는 수치라고 반박한다. 사업 구조에 따라 수치가 다르게 나오는 매출액보다 거래액이 더 공평한 기준이라는 것이다. 실제 직매입 비중이 높은 쿠팡은 업계 순위를 크게 웃도는 매출액을 올리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전년(2조6846억원)보다 매출을 65%나 끌어올리며 이커머스 업계 사상 최초로 4조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이베이코리아(9812억원)와 11번가(2280억원, 4개월치), 위메프(4294억원), 티몬(5007억원), 인터파크(5285억원) 등 다른 주요 이커머스 기업의 매출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50% 이상 많다.

    쿠팡은 중개 수수료에 의존하는 다른 이커머스와 달리 90% 이상의 매출을 직매입으로 벌어들이고 있다. 1000원짜리 제품을 판매하면 1000원이 고스란히 매출로 잡히는 것이다. 대신 비용 역시 경쟁사보다 높게 반영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매출과 거래액 중 어떤 지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는 각 회사의 자유"라면서도 "기준이 정해져 있는 매출과 달리 거래액은 각 회사마다 다른 기준을 갖고 적용한다는 점은 고려해야 할 점"이라고 말했다.


    베타뉴스 조창용 (creator20@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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